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8월 27일] 기로에 선 헨리 폴슨

한국에서 신용카드 대란이 ‘4ㆍ3’대책으로 수습돼가는 듯하다 LG카드 사태로 제2차 위기가 찾아왔던 지난 2003년 12월. 평소 은근한 비유법을 즐기던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시중 은행장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카드사태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병이 깊어졌을 때 치료하는 명의(名醫) 편작보다 환자의 얼굴빛만으로 병을 예방하는 편작의 형들이 더 훌륭한 의사인데 편작의 형이 되지 못했다.” 그의 편작론은 시스템 위기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자성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현재 진행형의 카드 대란을 잠재울 수 있는 편작은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어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그가 편작이 아니라 그저 그런 평범한 의사였다는 것은 곧 확인됐다. 현금서비스를 중단할 정도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LG카드 사태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4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LG그룹의 손실금 분담 등으로 가까스로 수습됐다. 5년 전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과 1년 전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는 너무나 닮은 꼴이다. 묻지마 대출을 일삼은 한국의 신용카드사와 미국의 모기지 은행의 도덕 불감증, 고수익을 좇은 금융기관의 탐욕, 눈뜬 장님이 된 감독당국의 무능에 이르기까지 발생 배경과 파급 경로는 물론 꺼져가는 듯한 위기가 재발한 점까지 흡사하다. 현시점의 미국 신용위기는 한국의 카드대란에 비춰본다면 제2 위기였던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순간쯤이 된다고 할까. 3월 베어스턴스 구제금융은 금감위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3조8,000억원의 브리지론을 제공하기로 한 ‘4ㆍ3’대책쯤 된다. LG카드가 대마불사(大馬不死)였던 것처럼 패니매와 프레디맥 역시 망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모기지 회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망설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반평생 일한 시장론자인 그가 시장에서 사망판정을 받은 두 회사를 국민세금으로 살려주는 결단을 선뜻 내리기는 어려울 일임에 분명하다. 월가는 그가 편작이 돼주길 기대하지만 폴슨은 수술보다는 자연 치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자유시장경제와 시장주의를 신봉하기에는 미국이 걸린 신용위기의 중병은 너무 깊다. 수술시기를 놓치면 더 치유가 어렵다. 5개월 남짓 남은 그의 임기는 신용위기를 잠재우고 경제를 회복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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