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7월 5일] 인터넷포털 사업자의 책임

[토요 산책/7월 5일] 인터넷포털 사업자의 책임 드러지는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보좌관으로 내정된 신디 블루멘탈이 상습적으로 아내를 구타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화가 난 블루멘탈은 문제의 칼럼을 게재한 미국 최대의 온라인회사(AOL)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OL은 드러지가 AOL의 서비스 표준기준에 위반될 경우 AOL이 임의로 삭제할 수 있다는 약정을 맺고 있으며 드러지 칼럼의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거나 진위 여부에 대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게재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OL이 명예훼손 내용을 작성 또는 편집했다는 어떠한 증거가 없고 AOL은 통신품위법상 면책되는 컴퓨터서비스 제공자에 불과하므로 불법행위 책임이 없다며 블루멘탈의 청구를 기각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그와 같은 책임을 인정하게 되면 정보중개자로서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바로 삭제할 것이고 자주적 규제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언론의 자유보장과 자주규제를 촉진하기 위해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면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개정 온라인서비스법(TDGㆍTeledienstegesetz)은 ISP가 타인의 정보를 편집하는 등 관리ㆍ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불법정보를 인식할 수 있었으며 불법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ISP가 단지 온라인 이용에 대한 접속수단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경우에는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네트워크 관리자가 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이 행해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곧바로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며 해당 발언에 공공성ㆍ진실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삭제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직접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가 아닌 ISP에 일종의 간접책임을 추궁하는 이유는 ISP가 불법행위를 직접 행한 이용자에 비해 그 실체가 분명하므로 제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책임을 강화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 보장하면 무책임한 표현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ISP의 책임 논란에 관한 세계적 추세는 책임은 인정하되 면책 규정에 의해 책임을 완화하며 포털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를 강조하자는 경향이다. 지난 2일 서울고법 민사13부는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악성 댓글을 방치해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이 침해된 사건에서 포털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생활을 폭로한 게시물에 엄청나게 많은 댓글이 달렸고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언론보도도 있어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예견됐으니 피해자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었으나 포털 측이 이를 방치해 피해가 확산됐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포털사이트 운영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을 바람직하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 때문에 인생을 망치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향후 포털서비스 제공형태를 유형화 하고 그 유형별로 책임요건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뿌리내리려는 국민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김영균(대진대 교수ㆍ법학)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