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1. 폴 새뮤얼슨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1. 폴 새뮤얼슨 "2001년 美경제 경착륙은 없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됐을 때 미국의 상황은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단 한가지 전세계에 퍼져 있던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만 빼놓고 말이다. 우리는 당시 기술 혁명으로 풍족한 일자리와 실질적인 물가 안정, 실질 임금의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있었다. 미국인들이 90년대를 돌아본다면 미국의 성장률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월등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여길 것이다. 미국인들의 희망이 아직 남아있던 일년전만 해도 월가라는 둥지에 자리잡고 있던 알들은 사람들에게 두자리 수의 지속적인 수익률을 돌려줄 것이라는 징조를 보여줬다. 이제 2000년을 접고 시작된 2001년 경제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 지난해 상반기가 지나자 미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그동안 달려오던 속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에 한 이탈리아 출신 기자는 필자에게 유럽이 3ㆍ4분기에 3.1%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하며 미국인들이 경기둔화의 지표로 삼고 있는 3.1% 성장률과 똑같은 수치라는 점을 상기시켜줬다. 그러면서 필자는 위의 사실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미국뿐만 아니라 중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경제를 전망하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세계 경제의 트렌드를 분석할 때 필자가 반드시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 월 스트리트(증권가)와 메인 스트리트(여기서는 일반인들의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을 의미)라는 별개의, 그러나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가지 요소들이다. 물론 후자가 더 중요하다. 메인스트리트에서는 경제활동은 독자들이 중남미나 스웨덴, 슬로베니아나 태평양 연안 지역 어느 곳에 있던 상관없이 생활하고 일하고 실질 소득을 소비하는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필자의 사촌들이 캘리포니아에 살건 펜실베니아에 살건 그들은 월스트리트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 그들의 관심은 대부분 증권 시장의 변화가 그들의 임금이나 취업 기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지난 99년말 월 스트리트와 메인 스트리트는 모두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월가의 주가는 하락했다. 특히 거품으로 가득했던 이른바 신경제주-기술, 통신, 바이오, 제약, 컴퓨터, 반도체, 온라인 쇼핑,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식들이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이래 이들 종목의 가치는 무려 50% 이상 떨어졌다.(이 같은 하락은 곧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쿄, 서울과 헬싱키의 주식시장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므로 미국 GDP성장률의 하락은 아마 이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긴축 정책과 월 스트리트가 주장한 '부의 효과'에 기반을 둔 정책에서 유발된 주택, 자동차, 투자비용 감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왜 월 스트리트의 금융정책은 아직 완전히 수정되지 않고 있는가. 구경제와 신경제의 주식 종목들이 더욱 혼란에 빠지고 유혈이 낭자해져서 그나마 괜찮은 선에서 머물고 있는 미국의 3% 성장률이 1%나 1%이하의 불황을 우려할 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이러한 일들이 발생한다면 신임 대통령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그는 이미 당략적인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선출된 약한 대통령이 아닌가. 경제는 정확한 과학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필자는 다양한 학계, 정계 기업 전문가들의 상세한 경제 전망을 꼼꼼하게 살필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분석결과 필자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2001년 경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성장률이 5%대에서 3%대로 떨어진 것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어느정도 바라고 있던 바다. 5% 성장률 아래서는 경기 과열이 노동 공급을 경색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는 것은 타당하다. 이러한 현상은 물가와 임금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가속시키는 전주곡이 될 수 있다. 결국 연방은행의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월 스트리트를 혼돈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다. 둘째, 필자는 '미시건 대학 경제전망'이라는 정기 간행물을 받아본다. 지난 40년 이상 이 간행물의 정확성은 추천할 만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제껏 발행된 것들 중 가장 뛰어나다. 이 간행물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0년과 2001년 모두 3%의 실질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들의 예측이 맞다면 미국인들과 대미국 수출업자들은 모두 안심해도 좋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일본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인 세계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위한 좋은 징조다. 이 같은 연착륙에 대한 전망은 최근의 주식시장까지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셋째, 높은 권위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연착륙에 대해 50%의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필자가 읽어 본 그들의 전망에 따르면 그들은 연착륙의 가능성을 1/3 정도로 보고 있었다. 나머지 2/3는 또다시 두 가지 전망으로 나뉘게 된다. 우선 첫번째 1/3은 미국이 올해와 내년에 불황, 또는 거의 불황에 가까운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이는 전세계 주식시장의 영향 및 은행과 기업 채무자들의 부실 채권에 대한 부담에 따른 악순환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황에 대한 시나리오 아래서는 FRB가 올해 중반이나 그 이전까지 금융정책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자신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일반 국민을 위한 것이지만 월 스트리트에서도 거품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로 금리 인하 정책을 환영할 것이다. 또 다른 1/3의 가능성은 미국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단지 일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투기적인 투자자들이 수많은 신경제주중 우량주를 골라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는 일시적인 경기둔화가 끝나고 찾아오는 경기 과열은 현재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하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FRB로서는 악몽이 될 것이다. 미국, 나이가 전세계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새로운 세기에 경기침체하에서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는 악순환만큼은 절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 미국의 딜레마는 유럽에, 유럽의 딜레마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에 나타날 수 있다. 필자는 가능한 최악의 가능성을 직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발생 확률이 더 높은 가능성을 따르는 것이 정치 경제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클린턴 정부의 번영이 부시정부에서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지만 필자는 현실적인 근거에 의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로 판단했다. ◇ 약력 1915년 미국 인디애나주 출생 1931년 시카고대 입학 1936년 하버드대학 석사 1935~1938년 사회과학 연구평의회 회원 1941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데이비드 웰스 상 수상, MIT대 교수로 임명. 1941~1943년 미 자원관리위원회 위원 1947년 존 베이츠 클라크 상 수상 1945~1952 미 재무부 위원 1958~1959 포드 재단 연구소 연구원 1961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 및 케네디 대통령 경제 자문 1965년 국제경제학협회 회장 197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현재 MIT대 명예교수 ◇ 주요 저서 및 논문 경제분석의 기초(1947년) 선형이론의 함의(1947년) 경제학(1948년) 경제학 이론과 수학:평가(1952년) 공공비용에 대한 순수 이론(1954년) 경제학 해석(1955년) 선형 프로그래밍과 경제학 분석(1958년) 반인플레이션 정책의 분석적 측면(1960년) 수학적 경제학자로서의 마르크스(1974년) 고전적 정치경제학의 모형에 관한 비평서(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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