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전개발 직접 나서고… "정제 한번 더" 고부가 제품 만든다

['위기 극복' 정유업계 새로운 도전] <상><br>자원개발사업 강화 안정적 수익성 확보<br>고도화설비 확충도 적극<br>화학부문 대규모 투자 새로운 돌파구 마련<br>흑자달성 '효자 노릇'



SK에너지 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전국 11개 주유소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이듬해 스페인으로 귀환했다. 스페인 왕실은 연회를 열어 그의 성공을 축하했다. 환희에 찬 그 자리에 한 사람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입니까. 누구나 배를 서쪽으로 몰아가기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죠." 콜럼버스는 이때 달걀을 가져오게 했다. "달걀을 세워보시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콜럼버스는 달걀의 아랫부분을 깨서 달걀을 세웠다. 그가 말했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 일을 처음으로 하는 사람의 고민과 결단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고전을 겪었던 국내 정유업계가 올 들어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창의적 발상으로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는 ▦해외 유전확보 ▦고도화 시설 확충 ▦화학사업 강화 등 기존 정유사업이 아닌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원유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찾아 나선다=정유산업의 수익성은 원자재인 원유의 수급상황과 가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원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 차이가 수익성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원유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느냐, 또 원유를 얼마나 싸게 들여오느냐가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국내 정유업계는 전적으로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던 데서 벗어나 직접 원유를 찾아 나서고 있다. SK에너지는 현재 16개국 33개 광구 및 4개의 LNG프로젝트에서 활발한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하루 4만배럴의 지분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오는 2015년까지 지분원유 보유량을 10억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자원개발 부문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99년에는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자원개발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6%, 4.7%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매출의 1.17%, 영입이익의 16%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37%에 달하는 3,351억원을 자원개발에서 달성했다. GS칼텍스와 ㈜GS는 각각 6개, 7개의 탐사광구에 지분참여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육상 탐사광구인 블록7에 대한 탐사권 중 45%를 셰브런으로부터 인수했다. 이 광구는 이미 다수의 가스전이 발견된 지역에 인접해 대규모 가스 발견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조항선 GS칼텍스 자원개발 부문장 전무는 "최근 그룹에 편입된 GS글로벌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그동안의 유전개발 사업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원유를 두 번 정제해 고부가 제품을 만든다=정유업계는 고도화 설비 확충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원유를 한 번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창조적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도화 설비 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GS칼텍스. 이 회사는 9월 말 세 번째 고도화 시설인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을 완공한다. GS칼텍스는 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2008년부터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GS칼텍스 창사 이래 최대 투자일 뿐만 아니라 단일 투자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GS칼텍스는 하루 21만5,000배럴을 고도화 설비에서 생산하게 된다. 국내 정유업계 최대 시설능력으로 고도화 비율도 28.7%로 국내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39만배럴의 정제능력 가운데 6만8,0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2조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고도화 설비를 늘려 현재 17.4% 수준인 고도화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S-OIL은 총 18억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중질유분해탈황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1차 원유정제 이후 대량 생산되는 저급의 벙커C유를 100% 가까이 휘발유ㆍ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고 있다. S-OIL은 뛰어난 고도화 설비 능력 덕분에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락과 급격한 환율변화에도 불구하고 2,9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SK에너지는 3개의 고도화 설비를 활용해 하루 17만2,000배럴의 중질유를 고부가가치의 경질 석유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화학산업에서 돌파구를 찾는다=정유업계는 지난해 자원개발과 화학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정유 부문의 부진을 만회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유 부문이 월등히 높았지만 실제 돈이 남았던 사업은 화학 부문이었던 것이다. SK에너지의 화학 부문은 지난해 매출 9조6,608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6,234억원으로 6.4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0.14%에 그친 정유 부문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했다. GS칼텍스는 화학 부문이 매출액 3조7,959억원, 영업이익 7,350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무려 19.36%에 달했다. S-OIL 역시 화학 부문이 매출액 1조3,973억원, 영업이익 2,031억원으로 14.5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GS칼텍스와 S-OIL은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는 각각 409억원, 50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화학 부문의 선전 덕분에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화학 부문을 육성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일본 코스모석유와 2013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연산 8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설비와 벤젠 11만톤 추가 생산을 위한 BTX(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파라자일렌과 벤젠을 각각 연간 118만톤, 22만톤을 생산하게 돼 BTX 전체 생산량이 기존 대비 3배 늘어난 14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서도 화학 부문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발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은데다 당초 우려했던 중동산 화학제품들의 시장유입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화학제품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화학제품들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화학 부문은 올해도 정유업계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신에너지 신사업 확대

그린카 배터리… 청정 석탄… 수소에너지… 바이오 연료… 화석연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정유업계가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고 있다. 정유업계가 신에너지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신성장동력 확보와 더불어 에너지 독립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에너지는 그린카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는 벌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다임러그룹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 또한 지난달에는 지식경제부의 국책과제인 국내 최초 100% 순수 전기자동차 개발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등이 개발하는 전기자동차에 자사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것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SK에너지의 리튬이온 전지 소재 및 제품 제조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게 평가 받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차ㆍ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업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포스코ㆍ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청정 석탄에너지도 개발하고 있다. 청정 석탄에너지는 이산화탄소와 공해물질의 배출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친환경 기술로 석탄을 이용해 합성섬유ㆍ합성천연가스ㆍ화학제품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석탄은 석유나 천연가스보다 매장량이 3배에 달하는 만큼 이 기술이 개발되면 다양한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SK에너지는 더 이상 정유사가 아니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에너지 회사"라며 "저탄소 녹생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 2006년 'GS칼텍스 신에너지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신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사업본부를 설립해 통합적인 신에너지 개발체제도 갖췄다. GS칼텍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에너지는 ▦연료전지 ▦수소스테이션 ▦박막전지 ▦바이오연료 등이다. 연료전지는 자회사인 GS퓨얼셀이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50kW급 전지개발을 마쳤으며 현재는 100kW 이상 대용량 전지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S퓨얼셀은 연료전지 시스템 설계 및 구성ㆍ스택ㆍ연료변환기 등 연료전지 3대 핵심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의 연료전지 전문 기업으로 이미 지난해 GS건설ㆍ현대건설 등과 연료전지 보급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수소에너지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07년 9월 서울시내에 국내 최초의 민간 수소스테이션을 설치한 것. 회사 측은 현재 수소스테이션의 건설 및 운영을 통해 설계ㆍ운영기술을 확보했으며 수소 생산ㆍ정제 기술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또 KAIST 연구팀과 공동으로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 각광 받는 바이오부탄올 및 바이오혼합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는 균주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마쳤다. 이 기술은 바이오매스 발효과정에 사용되는 균주를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아세톤의 생산을 억제하고 부탄올과 에탄올만 6대1의 비율로 생산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균주를 개량해 부탄올과 에탄올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부산물로 생산되던 아세톤을 이소프로판올로 전량 전환해 혼합알코올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GS칼텍스는 이외에도 주유소 태양광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주유소 및 연구소 등 11개 사업장에 연간 약 270㎿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화석연료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창조에 도전하고 있다"며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한다면 화석연료 이후의 시대에는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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