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슈퍼리더와 리더십

지난 70~80년대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을 주도했던 재벌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기세좋게 나가던 대우가 이제는 은행 지원없이는 살아 나갈 수 없는 미운오리새끼의 처지가 됐고 30대 그룹의 반열에 번듯하게 올라 있던 몇몇 그룹은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21세기 문턱에서 재계는 타율적인 지각변동의 장을 맞고 있는 셈이다.재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기업 경영의 환경이 바뀐 탓도 있지만 기업내부의 문제가 표출된 때문이기도 하다. 과잉투자와 부패고리,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무능이 주된 문제로 분석된다. 이중 최고경영자의 무능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난제 중의 하나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기구도 갖지 않은 채 총수의 개인적인 육감과 판단력에 의존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오던 대기업들은 급변하는 국제 경영환경의 벽에 부딪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총수에게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장단 회의는 안타깝기만 하다. 총수는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황제로서 군림하고 있다. 계열회사에서 주주의 동의도 없이 비자금을 조성하는가 하면 임직원을 총수 개인의 사병으로 전락시켰다. 한보를 비롯해 쇄락의 길을 걷고 있는 대기업들은 바로 폐쇄적인 리더십으로 인해 과잉투자와 과오투자의 우를 범했고 이로인해 부실의 늪에 빠져 들었다. 폐쇄적인 리더십은 한국기업들이 회계와 인사관리부문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는 외국자본들을 한국에서 등을 돌리게 만든 주요인이었다. 결국 외환위기도 폐쇄적인 리더십이 가져온 불투명 경영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폐쇄적인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바로 열려있는 리더십이다. 열려있는 리더십은 단순한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한다거나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쌍방향식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열려있는 리더십의 기본이다. 진정으로 열려있는 리더십은 지본주의(知本主義)로 상징되는 21세기의 냉혹한 기업환경을 예단하고 대체할 수 있는 혜안을 출발점으로 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주장했던 미국 GE사의 잭 웰치 회장이나 21세기는 생각의 속도가 결정한다고 말한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도 결국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제공한 결정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리더십만이 기업의 영속성을 지탱해주고 기업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분발과 창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담담하게 미래를 예단하고 신속하게 현재를 아우를 수 있는 열려있는 리더십이 21세기의 문턱에 서 있는 최고 경영자들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