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식품제조 안전규제 강화해야


식품안전은 경제력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세계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적ㆍ경제적으로 가장 중심에 함축적으로 존재한다. 식품안전을 위한 식품법의 발전은 19세기 말~20세기 초 부정ㆍ불량식품 방지, 과대광고 및 오류정보 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시작됐다. 이어 위해 식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70년대 초부터 위해 가능성이 있는 식품을 사전에 관리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흔히 우수제조기준으로 알려진 우수제조규범(GMP)과 해썹(HACCP) 원칙 적용이 그것이다. 식품산업 특성상 이러한 사전관리 시스템 적용은 보수적인 기존의 관습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장기 계획을 수립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고 터진 뒤 사후처리에 급급 우리나라는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설립 이후 10여년간 식품안전 관리에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지만 독일 국립위해성연구소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노하우를 배우려는 분야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는 1962년 식품위생법을 시작으로 농산물품질관리법, 축산물가공처리법, 수산물품질관리법 등 주요 식품관련법이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 건강기능식품법과 식품안전기본법이 제정됐다. 식품관련법은 크게 국민건강 증진, 즉 소비자를 위한 법과 농업ㆍ어업ㆍ축산업 증진 및 소비자 보호라는 양면성을 지닌 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이 상충할 때 법을 집행하는 식품안전 관리기관이 취하는 결정에 따라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발생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2001년 추산 50억 파운드에 이르며 2008년까지 1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국은 이를 계기로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위한 독립적 조직(FSA)ㆍ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식품안전 시스템을 소비자의 건강증진만을 목적으로 삼도록 전면 개편했다. 이런 경험이 2002년 유럽연합(EU) 식품법 제정에 공유됐고 부정ㆍ불량식품 방지, 과대광고ㆍ오류정보 방지, 식품안전 사전관리를 위해 2006년부터 GHP(GMP와 유사함)를 포함한 해썹 시스템을 의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 축산물가공처리법, 수산물품질관리법 등은 여전히 농업ㆍ축산업ㆍ수산업 증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상충되는 목적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들 법에서 식품안전 및 소비자보호 관련 내용만을 떼 독립된 법으로 만드는 문제를 하루 빨리 공론화해야 한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시행령은 식품ㆍ식품첨가물 제조업 및 가공업, 식품 보존업 등은 지방자치단체 신고만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래 허가대상이었는데 1990년대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안전관리가 느슨해졌다. 미국에서 약 1년간 40여 차례의 인스펙션(inspectionㆍ사찰, 점검)을 통과해야 할 수 있는 식품제조업을 국내에서는 신고서류만 내면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안전사고 사전예방에 힘쓰는데 우리나라는 사고가 터진 뒤 사후관리만 하는 셈이다. 식품법 개정 논의 공론화 필요 정부는 주요 업종의 경우 내년부터 등록제로 전환할 예정인데 허가사항 수준으로 규제를 보완하고 지 자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섬세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식품위생법이 식품을 '의약품이 아닌 음식물'로, 의약품에 견줘 종속적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미국ㆍEU처럼 독립적으로 정의할 것을 제안한다. 또 '의약품이 아닌 음식물'에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있는데 둘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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