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영문으로 된 주식인수 제안서를 만들어 왔지만 최근 들어 한글로만 서류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론스타 등 외국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에 대한 폐해가 높아진 후 가급적 토종 자본에 넘겨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나온 조치이어서 주목된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중은행 등을 매각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주식인수제안서를 보낼 때 한글 외에 영문을 별도로 보내왔지만 최근에는 영문 제안서는 작성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와 관련,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한글로 된 주식인수 제안서가 만들어지면서 외국인의 주식인수 추진도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며 최근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결부시켜 미묘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M&A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아무래도 문서해석을 투자자 본인이 직접 해야 안심이 될 텐데 문서가 한글로만 만들어지면서 다소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글 주식인수제안서만 제공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가,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넘어 간 뒤 되파는 방법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나타난 부정적인 여론도 한몫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런 흐름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경우 국내 M&A 자문사를 통해 지분 매입 등을 추진하기 때문에 한글로 된 주식인수제안서만을 만들어도 큰 문제가 없다”며 이번 조치가 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외국인 주식 인수가 줄어드는 것은 투자할만한 적당한 물건이 없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며 “한글로만 작성되면서 미묘한 해석의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인수 제안서상에서 읽을 수 있는 정부측의 의도를 한글로 된 문서만으로는 외국인 투자가가 직접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뒤 168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 투입됐고 이중 76조3,000억원(2월 말 현재)의 공적자금이 회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