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구제금융시대/산업별 파장/전업종 투자긴축 불가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은 국내 산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는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긴축」과 「억제」를 내세우고 있어 기업들은 국내외 투자, 판매 등 경영전반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EU(유럽연합)로 부터 공급과잉으로 지적돼온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업계는 상당한 제동이 나올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종별 파장을 종합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자동차/국내시장 105 줄듯/삼성자도 증설 차질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IMF 자금지원에 따른 파급영향 및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국내외 투자, 내수, 수출, 구조조정, 수입선다변화 등 여러분야에서 큰 파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아의 공기업화 방침은 수정가능성이 높아져 3자인수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규모 설비확충·삼성의 신규참여에 따라 공급과잉 억제책도 예상되고 있다. 삼성이 99년 부터 1조7천억원을 투자, 추진키로 한 증설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긴축정책으로 내년 국내시장은 당초 올해보다 5∼6% 정도 증가세에서 최대 10%까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외투자에도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전자·반도체/가전 내수부진 예상/동부 반도체 자금난 반도체는 당장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현대·LG반도체의 경우 이미 자금조달을 마치고 해외공장 건설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 그러나 세대교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산업의 속성상 2000년대 초반부터는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규참여를 선언한 동부의 경우 금융권과 차입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투자가 본격화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전업계는 내수부진으로 투자보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부실기업 정리 가속/현대제철사업도 제동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업 진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MF측이 수익성을 전제로 한 투자를 중시하는 데다 그동안 현대의 제철업 진출문제가 공급과잉, 중복투자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 특히 미국과 함께 IMF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 설비과잉에 따라 생산시설의 70%만 가동하고 있는 상태여서 제2의 대단위 제철소설립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실기업 처리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 기아특수강 등의 처리는 법원과 채권은행단이 3자인수 여부 등을 결정할 경우 시장원리에 의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연불수출금융 축소/해외수주도 어려움 IMF가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금융규모 축소, 수출입은행 연불수출금융 축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체 수주물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BBCHP를 축소하면 일감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확실하며 수출입은행의 연불수출금융이 축소될 경우 해외수주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또 90년대초 대대적인 증설을 실시한 업체들에 대해 설비투자 대출자금회수를 요구할 경우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설비축소도 예상하고 있다. 특히 IMF의 핵심국가인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국내조선설비 확장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왔기 때문에 IMF의 구조조정 요구를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정유/해외투자 대거 연기/탈황·정체 증설보유 유화업계는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유화는 설비투자가 매년 지속적으로 일어나지만 20% 이상의 고금리와 자금부족이 심화되는 IMF체제에서는 금리부담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이미 주요업체들은 내년 경영계획에서 투자를 전면축소, 설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최소한에서 그치기로 했다. 전형적인 내수업종인 정유는 초긴축 정책으로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경기위축으로 석유제품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 또 대형 수요처인 기업들이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자동차운행이 줄어들면서 소비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탈황·정제설비 등에 대한 투자계획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 동남아 등지의 주유소 건설 등 해외투자도 연기나 취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섬유/설비증설 계획 취소/내수시장 급속냉각 그동안 화섬업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증설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설비도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내수시장 마저 침체될 것으로 보고 투자가 얼어붙고 있다. 효성T&C는 내년에 계획했던 나일론설비 증설계획을 무기 연기했고, 한국합섬도 올해 미국에 세우기로 한 폴리에스터 원사공장 계획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종합상사/가격경쟁력 높아져 수출확대 최대호기 수출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판단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채산성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 업계는 특히 통신기기, 선박, 철강, 선박, 석유화학 등의 품목은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진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요인들이 수출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MF 자금지원으로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심화돼 도산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 국가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해외자금조달길이 막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사업도 당분간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대형국책사업 보류 PC업체 부도우려 투자축소와 전략수정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대형 국책사업인 초고속국가망 사업이 유보되거나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은 오는 2010년까지 32조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 긴축재정으로 수정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위성통신사업, 차세대 이동통신사업의 개발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또 국가표준으로 현재의 CDMA외에 GSM(유럽형 디지털이동전화) 방식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신규통신사업(별정통신사업, 위성이동통신사업)에 대한 민간업체의 진출이 제약될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산업의 경우 홈시장의 구매력 감소와 기업 및 정부의 투자억제로 사상 최악의 불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컴퓨터업체 및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한 조립PC업체의 부도 사태 등이 우려되고 있다. 또 금융권 등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IBM HP 한국디지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오라클 등 외국업체들은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통합(SI) 업계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와 재계의 초긴축 재정과 구조조정 때문. 무엇보다 정부의 초긴축재정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키로 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고, 주요 SI업체의 주수입원인 그룹 계열사도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일 방침으로 있다. ◎기계/중국특수 등 사라져 구조조정 태풍불듯 설비투자는 물론 신규투자가 잇따라 축소될것으로 예상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후의 보루인 수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시장인 동남아지역의 외환위기로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중국특수도 기대만큼 크지 않기 때문. 이에따라 업계는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계 업계는 구조조정으로 무더기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내수가 부진한데다 대기업들과 같이 외자를 차입할 수 있는 여건도 안돼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산업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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