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企 “정치인 방문 사절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벤트성 일회용 방문, 사절합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홍보효과를 노린 정치인들의 중소기업 현장방문이 잦아지면서 일선업체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데다 이벤트성 방문에 하루종일 일손을 놓아야 하기 때문. 지난 6일 김원기 공동의장 등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구로공단 내 필름콘덴서 업체인 성호전자를 방문한 바 있다. 또 설을 전후로 한나라당도 창원공단 방문을 계획했다 취소하는가 하면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전윤철 감사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도 최근 시화ㆍ반월공단을 연이어 방문했다. 하지만 일선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들의 현장 방문이 영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모 당으로부터의 방문요청을 거절한 시화공단 내 기계설비 제조업체 E사는 “내수부진으로 전년 대비 주문이 30%나 줄고 원자재 값은 올라 난리인데 정치인들 생색내기에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 직원 백모씨(35)는 “온갖 정치자금 비리로 신뢰를 다 잃고 무슨 배짱으로 얼굴을 내미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이들의 방문이 형식적인 행사에 그친 채 현장경기 파악이나 민심반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많다. 구로공단 내 모바일 솔루션 개발업체인 B사에 근무하는 강모씨(36)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사진포즈나 취하다가 떠나는 게 대부분”이라며 “고작 1시간 남짓 구경만 해놓고 무슨 민심을 파악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2년 연속 2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면서 정치권 인사 방문요청이 잦아진 구미공단의 경우 소형 부품업체들 사이에서는 “대형 중견업체만 찾아갈 뿐 실제로 판매난ㆍ자금난을 겪는 직원 30명 미만의 영세기업을 찾아와 애로사항을 듣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는 불평이 높다. 여기에 관련기관 종사자들마저 정치권의 방문요청시 업체섭외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방문의뢰를 위해 최소 40여곳 이상의 업체에 요청을 해도 대다수가 불신감과 근로방해를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한 구청 공무원도 “국회의원들은 공장배치와 관련한 법령 이름조차 잘 모른 채 `현장의 문제점이 무엇이더라`고 생색을 낸다”고 말했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할 일은 하지 않고 선거철만 다가오면 얼굴 도장을 찍겠다는 현장방문을 누가 반가워 하겠느냐”며 “제발 귀찮게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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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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