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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0월 31일] FRB의 금리인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3주간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1%로, 이는 지난 200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자 FRB가 남은 화력을 최대한 방출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지표를 봤을 때 미국 경제는 이제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0월 소비자기대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곧 발표될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4.9%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원유 등 상품 가격이 앞으로도 더 떨어지고 수요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디플레이션이 문제다. 자산가치의 폭락은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촉발할 것이다. 감독당국에서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됐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FRB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시장에 ‘자신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금리가 1%까지 내려간 상황인 만큼 FRB가 운신할 공간도 좁은 반면 금융시장의 혼란 탓에 금리인하의 파급력이 제대로 시장에 전달되기까지 시간도 걸리기 때문이다. 정책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대출을 떠안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아예 꺼리고 있어 금리인하의 혜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FRB는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고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부쩍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실물경제를 살리려면 재정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당국자들은 서둘러 새로운 경기부양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 은행들도 FRB의 선례를 따를 것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영란은행(BOE)은 아직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많다. 각국 정부는 신속히 움직여 전 지구적 규모의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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