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쌍용그룹 「믿음경영」(한국 기업문화를 찾아서)

◎대우 쌍용자 전격인수 ‘밑거름’/양사 상호신뢰·문화적 동질성/실사없이 20일만에 협상끝내『쌍용자동차의 인수협상에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쌍용그룹에 대한 신뢰였다.』 지난 8일 서울 힐튼호텔. 많은 보도진이 몰린 가운데 열린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 기자회견장에서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양측의 인수합병 협상이 너무나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해 주었다. 김우중 대우회장과 김석준 쌍용회장간에 쌍용자동차 인수·매각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 11월 중순. 그로부터 불과 20여일도 안돼 양측은 이를 공식발표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쌍용자동차 정도의 회사를 인수하려면 최소한 반년 이상이 걸린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더구나 이런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실사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회장의 발언은 온갖 의문을 해소시켜 줄만하다. 쌍용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우선 김우중 회장과 김석준 회장의 관계를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많지만 전경련 부회장으로 같이 활동하면서 깊은 신뢰를 쌓아왔다는게 양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대우와 쌍용은 재벌그룹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업상경쟁이나 갈등이 별로 없이 평온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김태구 회장의 표현 그대로다. 다시 말해 쌍용의 기업문화에 대해 대우의 최고경영진들이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쌍용문화의 키워드는 「믿음」이다. 「믿음경영」은 쌍용의 중심전략이다. 그룹광고에서도 쌍용은 「믿음이 있는 곳」이다. 실제로 쌍용은 불신을 초래하는 일은 철저하게 배제해왔다. 두 그룹의 문화적 동질성으로 신뢰가 통한 것이다. 기업문화는 인수합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수합병이 본격화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는 인수합병에 뜻이 있다면 서로간에 문화적 동질성을 높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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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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