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금융트렌드]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위로 가면…

자필서명·투자설명서 제공 여부 등 판매사 과실 소비자가 입증해야



주부 김정아(58)씨는 지난 2005년11월 중순 정기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B은행을 찾았다. 창구직원은 “예금보다는 펀드가 낫다”며 ‘파워인컴펀드’ 가입을 적극 권유했다. 김씨는 5,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손실 폭이 커지자 지난 9월5일 해약하고 원금의 절반인 2,800만원을 찾았다. 김씨는 금융민원센터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갔다. 지난 11월 중순 조정위원회는 “B은행은 펀드가입경험이 없는 김씨에게 투자설명서도 제공하지 않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대한민국 국채의 부도 확률 수준으로 거의 없다’는 식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오해하게 했다”며 “그러나 김씨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위험성이 있는 파생상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만큼 B은행은 손실의 절반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조정위원회가 ‘은행이 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해 책임을 져야 된다’고 결정한 후 펀드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를 보상 받겠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법은 크게 ▦금융민원센터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힘든 일이다. 일단은 금융민원센터에 연락을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사람 서명받은 은행에 손실 일부 배상 결정내려
'상세고지 의무' 는 투자설명서 제공여부로 판별
◇손실 규모보다는 불완전판매 입증이 관건= 소송을 하든 금융민원센터를 찾든 피해 입증은 소비자의 몫이다. 손실 규모가 크다고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은 아니다. 불완전 판매라는 것을 입증해야 된다. 불완전 판매 유형은 여러 가지다. 이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필서명 여부다. 펀드 판매사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투자설명서를 제공하고 그 내용을 잘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판매자가 상품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가입자가 아닌 제3자의 서명을 받은 경우는 불완전 판매로 손실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조정위원회는 제3자가 대필한 파생상품펀드에 대해 은행이 손실의 7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자필서명을 했다면, 상품설명을 제대로 했는지가 중요해진다. 판매사는 펀드에 대한 상세고지의무가 있다. 투자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고객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줬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투자설명서 제공여부로 판별한다. 투자설명서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상세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또 투자설명서를 줬다 해도 별도로 과장된 내용을 담은 안내장(팸플릿)을 통해 다른 설명을 했다면 이 역시 불완전 판매가 된다. ‘파워인컴펀드’도 ‘원금을 까먹을 확률은 대한민국 국채가 부도날 확률만큼 낮다’고 적혀 있는 안내장이 문제가 됐다. '불완전 운용' 입증 힘들지만 고령·투자경험 없다면
'적합성 원칙' 따라 배상받을 가능성 커져
◇미숙한 운용보다는 고객 이해도가 중요= 불완전 판매와 달리 ‘불완전 운용’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는 쉽지 않다. 미숙한 운용으로 원금이 100% 손실이 났다 해도 불법이 없다면 판매사나 운용사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 판례다. 지난 2002년 고객들이 “대규모 손실이 났는데 운용사가 이를 그대로 방치해 손해가 더 커졌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운용단계에 불법이 없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난 것에 대해 배상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특히 고객이 ‘펀드는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기본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배상 받기가 힘들어진다. 지난 5월 조정위원회는 펀드 손해에 대한 분쟁제기에 대해 “가입자가 손실이 두려워 펀드 가입을 주저한 경험이 있고 가입 후 담당직원에게 수시로 전화해 수익률을 체크하는 등 손실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며 판매사의 손을 들어줬다. 반대로 고령이나 투자경험이 없다면 배상 가능성이 커진다. 판매사는 ‘펀드 판매의 적합성 원칙’에 따라 ▦고객이 투자경험이 있는지 ▦직업이나 학력으로 봤을 때 금융상식이 충분한지 ▦투자목적에 맞는지 등을 감안해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 지난 9월 조정위원회는 “주식투자 경험이 없고, 채권형 펀드 등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만 해 온 투자자에게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판매했다”며 “판매사의 가입권유가 부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등 과실이 인정된다 해도 고객은 손실의 100% 모두를 돌려받지 못한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잘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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