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사 현직 감사들 "가시방석…빨리 결정나길"

■ 금감원출신내정자사의표명 <br> "당장 적임자 구하기 쉽지 않다" <br> 주총 앞둔 증권사들은 큰 혼란

'다음 차례는 누가?'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 내정자의 사의 표명과 현직 감사의 퇴진이 이어지자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각 금융회사 감사들이 좌불안석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신규 선임은 물론이거니와 연임도 이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금감원 출신은 6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에서 물러나기로 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비롯해 모두 45명. 은행권에서는 박동순 전 거시감독국장(국민은행)과 조선호 전 총무국장(하나은행), 고영준 전 조사2국장(SC제일은행), 김종건 전 리스크검사지원국장(한국씨티은행) 등 7명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보험사 6명, 증권사 15명, 카드사 4명, 저축은행 10명씩 금감원 3급 이상 직원이 감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이달 주주총회 시즌에 임기를 맞는 상당수는 재선임되지 못하거나 스스로 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실장 출신의 한 감사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솔직히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며 하소연했다. 임기가 남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자진 사퇴나 회사의 퇴진 압박이 세질 것으로 보여 금융감독 당국의 쇄신과 신뢰 회복을 위해 용퇴를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금감원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금감원 출신 감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리와 직무유기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일부 감사는 이미 사퇴를 종용 받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당장 실업자로 전락할 상황이라 결정을 못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정 조직을 위해 용기를 내고 싶어도 당장 실업자로 전락하는 현실에서 도의적인 책임만으로 자리를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자발적인 퇴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퇴직 직원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비리와 유착의 고리를 끊고 금감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퇴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금감원 사태로 당장 주총을 앞둔 증권사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금감원 출신을 배제할 경우 심각한 감사 인력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쓰기는 했지만 전문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받아들였지만 이들을 배제하면 당장 적임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증권사의 한 인사담당자는 "당장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감사를 구해야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특히 금감원을 제외하면 감사 인력풀이 넓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이번 사태가 금감원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의 (낙하산 인사)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감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감사 임기가 많이 남은 증권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대로 두고 있자니 외부 시선이 따갑고 교체하자니 마땅한 명분이 없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 어떻게 행보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며 "다른 쪽(증권사)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본 후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2금융권에서는 금감원 국장 출신 감사가 임기를 맞은 신한생명이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고 감사를 선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또 오는 7월 감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알리안츠생명도 비슷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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