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터뷰] 존 체임버스 S&P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의장

"그리스 선별 디폴트 불가피… 글로벌 침체론 연결 안될 것"<br>유로존 국가 대부분 투자적격… 역내 문제 자체해결 역량 갖춰<br>日은 지진으로 재정여건 악화… 통계수치 확정되면 하향 조정<br>한국 등급 상향 안되는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부담 때문



"그리스는 '선별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은 역내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춘 만큼 이 문제가 또 다른 글로벌 리세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스탠더드앤푸어스(Standard and PoorsㆍS&P)의 공격적인 신용등급 경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S&P는 최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두 단계 낮춰 그리스발 유로존 재무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지난달에는 주요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해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으며 일본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렸다. S&P에서 세계 100개국 이상의 국가신용평가 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존 체임버스(55ㆍ사진)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의장 겸 전무는 그리스 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신중하고 원칙적인 답변을 주로 했다. 어느 금융회사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용평가기관의 책임자가 하는 말 한마디의 위력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S&P는 최근 그리스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한꺼번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까. ▦디폴트에는 채무불이행뿐 아니라 채무만기 연장이나 지불조건 변경도 포함됩니다. 과거 아시아 위기 때 인도네시아가 세 차례에 걸쳐 일괄적인 만기연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국채를 포함해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 가능성을 얘기했습니다. 선별적 디폴트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리스 외에 S&P가 주목하는 유럽 국가는 어떤 곳이 있습니까. ▦S&P는 모든 평가 대상 국가들을 주시합니다. 그리스를 제외한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모두 투자적격 등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포르투갈ㆍ사이프러스(키프로스)ㆍ스페인 등에는 신용등급 전망에서 '부정적(negative)'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S&P는 신용등급을 통해 의견을 제시합니다. 신용등급 상향 또는 하향 의사는 '신용등급 전망'을 밝힙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성추문으로 국제통화기금(IMF)가 유로존 위기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IMF는 1944년에 창립돼 오랜 역사를 가진 강한 조직입니다. 풍부한 관리능력이 있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 구조변화에 따라 역할을 변화시켜나갈 것입니다. 개인적인 힘으로 이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캔들로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달려 있겠지만 글로벌 이슈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로존 국가의 위기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 재정적 요인에 따른 것입니다. 유로존의 각국들은 유럽통화동맹(EMU)의 원칙에 부합하는 재정수지 개선, 보다 엄격한 긴축재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극복의 모델은 바로 한국입니다. 지난 1998~1999년 한국정부는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잘못된 정책들을 과감하게 수정했고 한국인들은 위기를 극복하자는 강력한 사회적 공감대와 연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국은 조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미국 문제를 짚어보지요.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습니다. 다른 평가기관들과 의견을 달리했는데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은 두 가지 사실에 근거했습니다. 먼저 중기적 재정추세가 'AAA' 등급 국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또 정치적 교착상태를 우려했습니다. 늘어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의회가 타협안을 도출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대해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들이 바람직합니까. ▦우선 S&P는 정치적 컨설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미 정치권은 타협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재정수입 증대에 관심이 많고 공화당은 절대적으로 지출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의미 있는 긴축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지만 설마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지겠느냐는 분석이 많은데요. ▦1989년 이후 AAA 국가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된 국가는 5개국이며 실질적으로 신용등급이 내린 경우는 3개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56%의 확률인 셈입니다. 미국도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상태는 어떻게 봅니까. ▦일본의 신용등급을 1월에 AA-로 내렸고 지난달에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습니다. 일본의 재정여건이 취약한데 지진으로 더욱 나빠졌습니다. 통계 수치가 나오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 지도층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문제를 얘기해주시지요. S&P는 2005년 이후 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도 3,000억달러를 넘었고 금융위기도 잘 헤쳐왔다고 여기는데 등급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는 말입니다. 한국은 금융위기 과정에서 경제를 잘 관리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관점에서는 근본적인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먼저 북한 문제입니다. 전쟁 및 도발의 우려가 여전하고 급작스럽게 붕괴한다면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한국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은 이스라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국 자체적인 위험요인이 남아 있습니다. 2008년 초 한국은 대외채무 리볼빙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만약 당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이러한 점 때문에 'A' 등급의 한국에 대해 (신용등급 상향을 예고하는 긍정적(positive) 대신) '안정적(stable)'이라는 등급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선별적 디폴트란
'선별적 디폴트(SDㆍselective default)'란 전체 채무 가운데 일부가 상환되지 않아 부분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디폴트 직전 상황에 해당한다. 지난 1999년 신용평가 업체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각국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해 보다 분명한 평가를 내리겠다는 취지로 'SD' 등급을 신설했다. 같은 해 2월 러시아가 처음으로 SD 등급을 받았다. 또 2001년에는 아르헨티나가 부도직전 상황까지 몰리면서 SD 등급을 받기도 했다.
14년간 국가신용평가 업무 총괄
■ 존 체임버스는 신용평가회사는 흔히 '자본주의의 신호등'이라고 불린다. 세계적 자본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국가들도 종종 있다.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존 체임버스 의장은 일부 국가의 반발에 대해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국가들의 신용을 평가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S&P가 매기는 국가신용등급은 애널리스트들이 각국의 재정상황 등을 분석한 뒤 그가 총괄하는 신용등급평가위원회에 상정하면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과반수)된다. 평가할 때는 ▦주요 리스크 ▦실물경제 ▦외환ㆍ통화정책 ▦재정상황 ▦해외 투자, 빈곤층 비율 등 기타 지표 등 다섯 가지 항목을 중점적으로 본다. 미국 캔자스 출신인 그는 아이오와주 리버럴아츠칼리지(인문학 중심 대학)인 그리넬칼리지를 거쳐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석사를 받았다. 지난 1986년 엥도수에즈은행을 통해 금융계에 발을 디뎠고 1993년 S&P에 합류해 1997년부터 14년간 국가신용평가 업무를 총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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