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대통합민주신당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하면서 당산동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영등포 청과시장 내 농협 공판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농협중앙회 영등포 서지점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공판장을 비워주면 재개발 등을 통해 고수익이 나는 사업을 할 수 있지만 통합신당이 오는 3월에 임대계약이 만료돼도 공판장을 비워줄 것 같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합신당은 새 당사의 공간 협소를 이유로 열린우리당이 사용하던 농협 공판장을 지난 대선 때 선거대책본부로 활용하는 등 현재도 ‘두집 살림’을 지속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의원들의 탈당 등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해 농협과의 계약문제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면서 “당분간은 농협 폐공판장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열우당이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면적 9,000㎡의 농협공판장에 보증금 1억원, 월세 1,500만원의 조건으로 옮겨올 때만 해도 농협 측에서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시 농협 관계자는 “주로 노숙자들이 숙식하던 폐공판장에 집권당이 들어와 적은 돈이라도 임대 수익을 낼 수 있어 농협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고 말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영등포뉴타운과 신길뉴타운, 지하철 9호선 개통 예정 등으로 영등포구 전역이 개발 호재권에 속하면서 농협 공판장 부지가 이른바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다. 이주용 저트스트알 팀장은 “현재 당산동 일대는 개발호재가 풍부한 반면 땅값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편”이라며 “대형 공장들이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넓은 부지가 많아 아파트ㆍ오피스빌딩ㆍ상가 등 재개발 사업지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 공판장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경남아파트 139㎡형의 경우 2003년 3억5,000만원에서 현재는 5억5,000만~5억9,000만원선으로 시세가 상승했다. 또 농협 공판장 주변으로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형편이다. 농협 관계자는 “PF 등을 통해 공판장 자리에 주상복합이나 상가건물 등을 지어 자체 분양사업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이지만 워낙 ‘부담스러운 세입자’라 쉽게 방을 빼라고 말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