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성세환 부산은행장

나는 뼛속까지 영업맨 체질… 지역경제 4번 타자 되겠다<br>점장 맡은 지점마다 실적 1등 기염 행장된 후에도 거래처 100곳 방문<br>나에겐 은행이란 도전이자 열정 영업 잘하려면 상대방에 맞춰야





얼마 전 있었던 부산 출신 후배와의 술자리. 해물파전을 앞에 두고 막걸리 한두 잔이 오갔다. 때마침 TV에서는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 간 플레이오프 5차전이 한창 중계되고 있었다. 9회 말 게임이 종료되고 롯데의 탈락이 결정되는 순간, 후배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머고!"

부산이라는 도시는 '구도(球都)', 부산 사람이라면 역시 '자이언츠'라고 했던가. 지금에야 야구가 국민스포츠가 되는 바람에 모든 도시가 구도라고 자임하지만 부산은 그중에서도 우뚝 솟아 있다.


성세환(60ㆍ사진) 부산은행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첫 질문으로 어떤 것을 던져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그 광경은 힌트가 됐다. '야구'를 키워드 삼아 성 행장에게 직구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야구를 좋아하나."

아니나 다를까 성 행장은 "부산사람이라면 누구나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부산은행은 지난 2008년 이래 롯데자이언츠의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성 행장은 올해 6월13일 홈경기에서는 시구도 던졌다.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2구는 한복판 직구.

"그러면 어떤 선수를 좋아하나."

그는 특정 선수를 언급하는 대신 야구를 빗댄 경영지론을 들려줬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은 모두 좋아합니다. 그런데 전 포수라는 포지션이 특히 애착이 가요. 제가 부산은행 내 야구단에서 운동을 할 때도 주로 포수를 봤습니다. 오케스트라로 따지면 포수는 지휘자에요. 포수는 게임 전체를 지휘합니다. 그만큼 힘든 자리지요. 희생정신이 없으면 또 상황 판단능력이 떨어지면 포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최고경영자(CEO)와 비슷한 자리죠."

사실 성 행장은 부산 토박이는 아니다. 그의 고향은 경북 청도군 풍각면. 초등학교 3학년까지 청도에 살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지론 아래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이후 부산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배정고), 대학교(동아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부산은행 공채 11기로 입행했다.

이제 3구를 던질 차례. 이번에는 구질을 바꿔 변화구를 던져봤다.

"행장님에게 은행이란 어떤 존재인가."

은행이란 '도전'과 '열정'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러더니 다시 야구를 소재 삼아 이야기를 풀어갔다.

"제게 있어 은행이란 도전이자 열정입니다. 행원에서 출발해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매 순간이 제게는 도전이었고 그때마다 열정이 있어서 도전이 결실을 맺었어요. 거래 기업체 중 야구용품을 만드는 곳이 있어요. 영업 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업체 사장님이 제게 야구방망이를 선물로 줬어요. 제 이름이 새겨진 방망이였는데 그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산은행이 지역경제의 '4번 타자'가 돼달라고. 은행장 취임 이후 빡빡한 일정으로 바쁜 때였는데 다시 한번 도전과 열정을 깨우치는 고마운 충고였습니다."

이번에는 화제를 좁혀 안쪽을 파고드는 직구를 던져봤다.

"지방은행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부산은행은 국내 6개 지방은행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시중은행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외형을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지방은행답지 않게 외형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것.

"지방에서 지방은행은 은행 그 이상이에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방은행장은 웬만한 지역행사에는 무조건 참석합니다. 오지 않으면 서로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왜냐하면 지방은행은 시청이나 공공기관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시 역할론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역민들이 필요하다면 거기에 부응하는 게 지방은행의 역할이에요. 잘 알다시피 최근의 부산경기는 남다릅니다. 자금수요가 많아요. 자산성장은 거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무작정 규모를 키우겠다는 게 아닌 것이지요."

이런 말이 있다. "부산에서만큼은 부산은행이 글로벌 1등인 삼성전자보다 더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회사다."

이 말은 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에 모두 통용된다. 쉽게 말해 성 행장의 말마따나 지방은행은 은행 그 이상이란 얘기다. 부산은행이 지난해 전 은행권을 통틀어 가장 먼저 자영업자 지원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출금리 인하, 금융서비스 지원 등을 실시했다. 인기가 워낙 많아 출범 3개월 만에 기금이 전부 소진됐을 정도다.

인터뷰가 중반을 넘어갈 무렵 성 행장의 핸드폰이 바르르 몸을 떨었다. 누군지를 확인하더니 '미안하다'는 눈인사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문틈 사이로 들리는 성 행장의 목소리. 연신 '네, 그렇습니다'를 뱉어냈다. 타고난 영업맨으로서의 낮은 자세가 묻어났다.

실제로 성 행장은 자신을 뛰어난 영업맨이라 자부한다.

"제가 본부부서에서만 근무를 많이 해서 기획통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영업맨입니다. 제 자랑을 한번 해볼게요. 본부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다 영업점장으로 발령났습니다. 제가 맡은 지점은 가계여신을 주로 취급했는데 제가 1등 지점으로 만들었어요. 뒤이어 맡은 사상공단지점, 녹산공단지점에서도 영업실적 1등을 이어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은행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대략 100여개 거래처를 직접 방문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그래서일까. 성 행장은 은행원이 갖춰야 할 제1의 덕목으로 영업력을 꼽는다. 그리고 영업력이란 상대방에 자신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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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잘하려면 모든 것을 다 할 줄 알아야 해요.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쉽게 말해 고객이 술을 좋아하면 술을 마셔야 하고 골프를 즐긴다면 골프도 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고객이 감동하게 되고 은행의 손님으로 모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분야의 CEO를 만나 인터뷰를 한 경험에 따르면 CEO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처음부터 CEO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그 자리에 오른 사람과 그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CEO가 된 사람. 시비의 문제가 아니기에 어느 것이 낫다고는 할 수 없다. 성 행장은 후자에 가까운 CEO다.

"단언컨대 전 단 한번도 은행장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일을 즐기려 노력했고 주어진 자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임원이 됐고 행장에 올랐습니다. 물론 길목길목마다 저의 잠재력을 알아봐준 선배들을 만난 행운도 있었죠.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인 것입니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끝을 향해가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도 역시 한 가운데 직구.

"은행장 다음의 계획은 무엇인가."

마지막 질문에 성 행장은 다소 부끄러워하는 눈치다.

"저는 늘 ''즐기자'란 생각으로 일을 대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개인적인 짬을 조금도 낼 수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누구는 그러지요.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한 꿈을 가지라고. 전 일을 할 때 보상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행장을 관두고 또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아니 딱 하나 있습니다. 쉬고 싶어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부산시민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성 행장의 카카오톡 인사말에는 '국궁진력(鞠躬盡力)'이란 사자성어가 적혀 있다. 중국 청나라를 이끌었던 강희제의 좌우명이기도 한 이 사자성어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구부려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성 행장에 따르면 은행과 직원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한다.

하나 더. 그의 카카오톡에는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그는 아들, 딸 2남매를 두고 있다.






●성세환 행장은

▦1952년 경북 청도 ▦1972년 부산 배정고등학교 졸업 ▦1979년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79년 부산은행 공채 11기 입행 ▦2001년 부산은행 엄궁동지점장 ▦2004년 부산은행 사상공단지점장 ▦2006년 부산은행 지역본부장 ▦2007년 부산은행 부행장보 ▦2008년 부산은행 부행장 ▦2011년 BS금융지주 부사장 ▦2012년 부산은행장








남다른 성장세로 주목받는 부산은행

BS금융 3년째연수익 최고치 경신

연체율도 0.72%로 업계 최저 수준


전 은행권이 수익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부산은행은 남다른 성장세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업을 커버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꼽는 톱픽(최선호주)에는 상장사이자 모그룹인 BS금융지주가 늘 올라온다.

실제 실적을 살펴보면 BS금융의 성장세는 놀랍다. 3년 연속 연간이익 최고치 경신이 예상되는데 이는 국내 은행지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이번 3ㆍ4분기만 해도 전 은행 중에서 시장의 컨센서스를 충족시킨 것은 BS금융이 유일하다.

이 같은 호실적은 상대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지역 경기가 배경이 됐다. 부산은행의 텃밭인 '부ㆍ울ㆍ경(부산ㆍ울산ㆍ경남)'은 여전히 부동산 경기의 온기가 살아 있어 금융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성 행장 역시 은행의 고속성장을 지역민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부산은행의 지역 수신율은 33% 수준으로 지역민의 은행 기여도가 높다"며 "쉽게 말해 부산은행의 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지역민이 은행을 찾아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역 경기가 좋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부산은행의 건전성에도 잘 드러나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2ㆍ4분기에 요주의여신과 고정이하여신이 늘면서 자산건전성이 다소 악화됐지만 총 연체율은 0.72%로 업계 최저수준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경우 연체율이 0%인데 부산 지역 골프장에 다수의 문제가 발생하는 와중에도 부산은행은 관련 부실이 전무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은행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 진단했다. 성장흐름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원화대출자산 성장률은 지난 2010년 12.2%에 이어 2011년에는 14.2% 성장을 했고 올 상반기에도 8.9% 성장했다. 반면 대손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출자산 증가흐름은 순이익 경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특성상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고 항시 재무건전성을 체크하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며 "부산은행은 높은 대출성장과 마진율을 유지하면서 실적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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