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재계 투자가 싹트려면

1월의 주가는 대부분 별다른 이유 없이 상승한다고 한다. 이른바 '1월 효과(january effect)'다. 이 현상은 주식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주요인은 새해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주가뿐만 아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크다. 특히 새로운 10년, 100년을 맞는 첫 해에는 다른 해와는 달리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작을 하면 이미 반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마음먹고 시작을 하면 그 일을 끝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작이 좋아야 결과도 좋아 '시작이 좋으면 결과도 좋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검증돼 있다. 그러니 출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새해 벽두부터 주요 그룹들이 앞다퉈 내놓은 2020년을 향한 투자와 다짐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그룹들이 내놓은 올해 투자계획을 보자. 삼성그룹이 43조1,000억원, LG그룹이 21조원, 현대차그룹이 12조원, SK그룹이 10조5,000억, 포스코가 9조8,000억원의 투자 방침을 정했다.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10대 그룹의 계획만 해도 줄잡아 100조원이 넘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 규모뿐 아니라 내용이 좋다는 데 있다. 특히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많은 금액을 투입하고 신규투자가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설비와 신규투자가 늘어나야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의 먹을거리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해외 업체들과 격차를 확실하게 벌리면서 바이오ㆍ신재생에너지 같은 신성장 분야를 육성해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세상에 확실한 목표의식 없이 큰일을 이루어낸 사례는 드물다. 목표가 선명할수록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그룹들의 통 큰 계획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점도 칭찬할만하다.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들의 투자는 대부분 구조조정이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됐다. 대통령까지 나서 투자를 하라고 해도 시늉에 그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는 확연히 달라졌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첫 해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느껴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많이, 크게 투자하겠다. 미래산업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 것이나 구본무 LG회장이 "시장 선도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고, 이를 위해 통 큰 투자를 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새로운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일단 2020년을 향한 기업들의 출발은 좋아 보인다. 남은 과제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기업들의 투자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환경을 감안하면 주변의 도움은 더욱 절실하다. 대통령이 24일 재계총수들을 만나 지원을 약속한 것도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일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을 게다. 규제 완화로 실행력 높여야 문제는 말로만 해서도 안 된다는 데 있다. 녹록지 않은 세계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이 이겨내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확대를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들이 미래 사업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발판도 아낌없이 마련해 줘야 한다. 불필요한 간섭도 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들은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아무리 시작과 계획이 좋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 등을 통해 성공 신화를 쌓아온 경험이 있다.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만 10년 후 모두가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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