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故 김 추기경 뜻 실천하는 前 명동성당 감시 경찰

남북한장애인걷기운동본부 한영실씨

"추기경께서 맡기신 일이니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해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남북한장애인걷기운동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퇴직 경찰관 한영실(69)씨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해 2월 선종한 김 추기경을 추억했다. 20여년간 김 추기경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한씨는 지난 1983~1998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명동성당 담당 정보관으로 근무했다. 굵직한 시국사건과 대규모 민주화 시위 등 역사적인 순간마다 김 추기경 옆에 있었던 그를 김 추기경은 세례명 '한 프란치스코'로 부르곤 했다. 1998년 퇴직한 후 김 추기경의 권유로 천주교 산하 봉사단체 '작은예수회'에 몸담은 그는 남북한장애인걷기운동본부 일을 맡아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공급하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다 2005년 11월 말,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이듬해 열릴 장애인의 날 행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 신체 오른쪽이 마비된 한씨는 지난 5년간 침대에서 지내야만 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기 얼마 전 김 추기경을 만나 "장애인의 날 행사 때 꼭 오셔야 한다"고 청한 것이 그와 김 추기경의 마지막 만남이 됐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8월 기적이 일어났다.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씨는 "꿈속에 추기경께서 나타나셔서 '걸어라. 걸을 수 있다. 걸어서 일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아침 침대를 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걸을 수 있게 된 그는 남북한장애인걷기운동본부를 찾아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한씨는 "선종하신 추기경께서 내가 다시 일할 수 있게 세워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나를 통해 계속 일하시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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