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운하구상을 제안했다. 그 모태가 되는 경부운하건설계획은 전문 연구기관인 수자원공사에 의해 이미 무모한 계획이라고 지적됐음에도 호도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약 500㎞의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이 전 시장 측의 계획은 지난 96년 세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근거를 한 것이다. 그 뒤에 수자원공사에서 경부운하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 98년에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기술적인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운하건설이 비현실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의 지리적 환경에 기인한다. 운하가 발달된 유럽은 산업중심지가 해운을 이용할 수 없는 내륙이고 운하의 길이도 1,000㎞ 이상 장거리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또 산업중심지인 수도권과 영남권은 바다와 접해 있어 해운이용이 편리하다. 또 유럽이나 미국에는 운하에 적합한 평지가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산악지대이다. 국토를 종단면 잘라보면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그런 곳에 운하를 뚫어 배(바지선)가 다니도록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다.
굳이 운하를 만들겠다면 경기도의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수많은 댐을 만들어야 한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16개 댐을 만들어야 하고 배가 통과할 때마다 열고 닫는 갑문을 17개나 만들어야 한다. 또 백두대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리프트로 배를 끌어올려야 한다.
산 정상의 5.3㎞ 터널에서는 물통이 설치된 특수대차 위에 배를 고정시킨 후 견인차량을 이용해 끌면서 이동시켜야 한다. 이 정도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보다 더 거창하다. 그만큼 운항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소요시간이 123.3시간(1,891톤급 바지선 기준)으로 분석될 정도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화물차로 가도 길어야 10시간이면 되는데 17조원이나 들여 운하를 팔 필요가 있을까.
환경문제도 걸림돌이다. 18㎞의 경인운하도 환경문제 때문에 사업이 중단됐는데 내륙지방을 일부러 35.5㎞씩이나 파서 인공수로를 만든다는 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 시장이 벤치마킹한 독일은 철광석을 실은 배가 내륙의 산업도시로 이동할 수 없어 라인강과 운하를 이용했다. 그런 독일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