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작현장] '대추나무 사랑‥' 새옷 갈아입는다

무대 진천으로 옮기고 출연지도 대촉 물갈이충북 진천군 동백면 사양리 호암ㆍ중리 마을. 윗마을까지 합해봐야 60여가구 남짓한 조용한 마을에 하루종일 사람들로 부산하다. 중리마을 경로회관엔 잔치음식을 먹는 마을 촌로들이 가득하고 호암마을 입구엔 외지 사람들은 물론 구경나온 타마을 사람들까지 빽빽이 들어찼다. 호암마을 회관은 2주에 한번 있을 야외촬영 때야 문을 열 공판장으로 탈바꿈했고 사람이 살던 회관 2층도 공판장 집 외동딸 방 세트로 변신했다. KBS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가 새 옷을 갈아입는다. 오는 3월 7일 방송분부터 무대를 강화군 양도면에서 진천군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배역진도 대대적인 물갈이를 한다. 90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벌써 3기 식구를 맞는 셈이다. 10년 내내 꼬박 '대추나무.'를 지켜온 작가 양근승(66)씨는 "현 무대인 강화군이 군작전 지역이어서 불편한데다 농촌모습이 사라져 갔기 때문"이라며 "이미지 고착을 우려한 몇몇 출연진들이 교체의사를 보인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제작을 총괄하는 김현준 책임 프로듀서 역시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피폐해진 농촌의 모습만을 그린다면 시청률 걱정부터 해야한다"면서 "과수원, 화원 등 부가가치가 있는 농업현장을 제시하려 고민했었고 이를 두루 갖춘 현장을 헌팅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농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고민이 많다. 서울 근교에서 '농촌다운' 이미지를 잡아내려면 한 켠에 높이 선 아파트를 피해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야외촬영장소를 거듭 이전하기 마련이었고 '대추나무.' 처럼 아예 3억원 이상을 들여 마을 전체를 세트장으로 조성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제작진은 농촌풍경을 만들기 위해 농촌마을에 '농촌스러움'을 입혀야 했다. 수령 300년 된 느티나무 옆에 있던 빈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정자를 세운 것은 물론 길과 맞닿은 블록담을 전통식 흑돌담으로 교체했다. 과수원집 앞엔 무궁화와 대추나무를 심었고 동네어귀엔 살구나무길을 조성, 녹음이 우거질 여름을 기다리게 했다. 호암마을의 오늘은, 00약품 공장이나 대형 카센터, '유명브랜드 행사장 여기서 500m' 나 '파격세일 오늘부터 5일간 ' 같은 모습과 가까웠다. 아빠는 농사를 짓고 엄마는 통근버스를 타고 농공단지 공장으로 출근한다고들 했다. 목 좋은 자리엔 어김없이 '00청소년 수련원'이나 '00컨트리 클럽'이 위치해 있었다. 세트장을 유치하는 데 한몫 했다는 군 관계자들이 바라는 것도 홍보를 통해 올 '돈이 될 관광객'이었다. 세상이 변하고 농촌도 달라진 지금, 우리네 맘속에 있는 농촌을 그려내려면 이제 여러 장치가 필요한 듯 싶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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