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루지야 사태' 美·러 대결로 비화

美 "러 패권주의 확산 차단" 의지<br>코카서스 유전 확보도 겨냥 양측 갈등 표면화<br>佛·EU등 개입 빨라져 외교적 협상 가능성



미국이 인구 400만명의 자그마한 산악국 그루지야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러시아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기로 한 것은 중동 다음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코카서스 유전과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그루지야 사태는 냉전 종식 이후 수면 아래로 잠복해있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러시아간의 갈등을 표면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패권주의의 연장선에서 그루지야 사태를 보고 있다. 러시아가 그루지야 침공을 통해 이 지역의 자원 통제를 강화하는 데서 더 나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시스템 구축 움직임 등에 일침을 가해 러시아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그루지야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등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번 전쟁을 기획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늑장대응이라는 비판 속에 그루지야 사태 개입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바로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을 경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단 그루지야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3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대해 구호물자와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모든 통신선을 비롯해 항구와 도로, 공항을 완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반대, G8(주요8개국) 지위 박탈 등을 지렛대 삼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런 미국의 강경 드라이브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벌써부터 미국이 개입할 경우 이란의 핵 개발 저지 등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가 일단 그루지야에 발을 들여놓은 만큼 쉽사리 빠져 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미국의 구호 물자 수송과 관련 미ㆍ러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평화 중재안을 주도한 프랑스와 그루지야를 잇따라 방문하기로 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 극한 마찰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닉슨센터의 디미트리 시메스 소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다른 외교적 노력과 병행된다면 그리 나쁜 쪽으로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제사회의 개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가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합의한 평화중재안을 포괄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마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유럽연합(EU)은 평화유지감시단을 파견키로 했다. 이에 따라 관측통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무력 충돌을 피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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