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中ㆍ日 자유무역지대 어떻게 돼가나>>관련기사
한국ㆍ중국ㆍ일본을 잇는 자유무역지대 창설, 얼마나 가까워졌나.
이들 3국을 하나로 묶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 동반 경기 침체속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유로화를 본격 도입하고, 미국이 전미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적극 나서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경제블록을 만들어 역내국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을 마무리한 중국이 최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제의하는 등 지역 블록화 문제에 부쩍 관심을 높여가면서 한ㆍ중ㆍ일간 FTA 구축 시도도 한껏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발걸음 빨라진 중국ㆍ일본
FTA 창설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그룹은 우선 각국 학계와 해당국 정부 전문가들 사이다. 중국 청화대(淸華大) 후안강(胡鞍 鋼)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ㆍ 중ㆍ일 및 홍콩을 하나로 묶는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갖는 관심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정부내 상당수 경제 그룹들이 FTA시행을 앞당기기 위한 검토를 적극적으로 진행중이다. 중국내 대표적인 경제 브레인 중 한 사람인 베이징(北京) 대학의 하이웬(海聞) 교수의 경우가 그 대표적 경우. 그는 지난달 16일 하와이에서 개최된 세미나를 통해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구축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FTA체결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편 동북아 자유무역지대창설에 앞선 우회ㆍ선행적 접근의 일환으로 중국은 아세안과의 무역자유화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중국은 2003~2009년이라는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하면서 아세안-중국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제의했으며 아세안 10개국도 30일 2012년이라는 시점 제시와 함께 이에 흔쾌히 화답했다.
중국측은 아세안과의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통해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중국이, 기술 집약적인 제품생산은 아세안이 담당하는 분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행보는 보다 적극적이다. 일본은 최근 '동아시아 회랑(回廊)'이란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한국ㆍ중국ㆍ아세안 국가들과 지역적 통합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마련중이다.
동아시아 회랑은 동해에서부터 남중국해까지의 해협을 하나의 긴 복도로 보고 인접지역간 긴밀한 경제적 협력을 도모한다는 계획. 이 같은 개념이 일본 정부의 공식 외교입장으로 채택될 경우 이 지역 통합 움직임은 본격적인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중일 공동연구 성과도 가시화
지난 99년 11월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와 중국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합의해 시작된 동북아 교역활성화를 위한 공동연구도 그 성과가 구체화 되고 있다.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소(KIEP), 중국의 국가발전연구센터(DRC), 일본의 총합연구개발기구(NIRA)는 이달이나 내달 한국에서 연구성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비관세 장벽 축소 등을 통한 교역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지만 내년부터는 투자자유화 문제 등 FTA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정책적 틀을 본격검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들 기관의 이번 연구결과는 정부차원의 심도 깊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넘어야 할 난제들
FTA 구축과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가장 큰 난제는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이다. 일본은 중국이 일단 WTO 가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블록에는 나중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아세안과 한국을 포괄하는 동아시아 경제블록의 기본 틀을 마련한 후 중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것.
최근 중국이 발 빠르게 동북아시아 무역블록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일본의 주도권 장악 시도를 견제하겠다는 북경 당국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도권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갈등이 동북아 무역블록 형성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둘 간의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이즈미 내각 등장 이후 일본교과서 왜곡, 신사참배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고조돼 자칫 협정을 위한 접촉 자체가 크게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본의 결단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멕시코 등과 양자간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농업 등 지엽적인 문제에 대해 결단력 부족을 드러내 협상이 난관에 봉착해있다. 실제 일본은 여러 국가와 양자간 FTA를 추진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직 하나도 없는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도국의 과감한 결단력이 요구되는 다자간 투자협정에서 일본이 어느 정도 능동적 태도를 보일 지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자세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한국ㆍ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에서 자유무역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중국의 WTO 가입이 타결될 경우 아시아 국가를 겨냥한 상당수 해외직접투자(FDI) 자본이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 확산되면서, 자유무역지대 창설 관련국들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자본의 대규모 중국이동으로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이 같은 일부에서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