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건당국 안이한 초기대응이 화 불러

폐렴등 치료 집중하다 항바이러스 투여시기 놓쳐<br>"한국, 더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국민들 불안 확산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신종플루 관련 관계부처회의에서 이종구(왼쪽) 질병관리본부장과 박하정(오른쪽)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실장, 김석민 국무총리실 사회통합정책 실장이 관련 회의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원유헌youhoney@hk.co.kr

지난 15~16일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감염으로 잇따라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정부와 의료기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초기 환자 대응체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경우 역시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높아졌고 하반기 대유행이 예고되는 만큼 신종플루를 단순 감기 정도로만 여기지 말고 호흡기 증세가 있을 경우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대응체계 강화한다=16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신종플루 중증 환자 및 사망자 발생을 막기 위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찾는 발열 환자에 대한 검사 및 항바이러스제 투약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사회에 신종플루가 확산돼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거나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도 감염되는 '2차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우선 각 의료기관에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입원한 모든 환자에게 신종플루 위험 인자를 확인하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를 신속하게 투여하는 한편 신종플루 유전자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발열증세로 보건소를 찾는 환자가 신종인플루엔자 감영 환자로 의심되면 즉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유전자검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일선 병ㆍ의원이 항바이러스제를 조기 투여할 수 있도록 전국 인플루엔자 치료 거점병원과 보건소 외에도 '거점약국'을 지정하고 국가 비축 항바이러스제의 약 10%인 50만명분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속한 진단을 위해 앞으로 '대유행'이 발생하면 일정 기간 병ㆍ의원이 보유한 유전자검사 장비를 이용한 신종플루 확진 검사에 한시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망한 두 환자 모두 초기 진료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중증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막기 위해 조기 진단 및 조기 투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치료됐다면 사망까지는 막았을 수도=사망자들의 직접적 사인은 폐렴과 그에 따른 패혈증, 호흡곤란과 다발성 장기 부전이다. 하지만 두 환자 모두 초기 대응이 늦어져 사망에 이르렀다고 의학계는 분석했다. 실제 첫 번째 사망자인 56세 남성은 증세가 처음으로 나타난 8일 보건소를 찾았지만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했다. 동네 의원과 인근 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을 찾는 동안 신종플루를 의심하지 않아 이미 증세가 악화된 뒤에야 항바이러스제가 투여됐다. 두 번째 사망자 역시 지난달 24일 처음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생겼으나 29일에야 처음 병원을 찾아 치료가 중요한 초기 5일을 고스란히 놓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투여 시기가 늦어지고 말았다. 두 명의 사망자의 경우 모두 의료기관이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 치료에 집중하다 뒤늦게 신종플루 가능성을 인식하는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의 '인플루엔자 진단ㆍ치료 지침'이 일선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요할 필요 없지만 증상 나타나면 무시해서는 안 돼=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신종플루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위험'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종플루 발생 때부터 사망자 발생이 예견된데다 외국에 비해 아직 사망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개인 차원에서는 신종플루 감염 예방수칙을 좀 더 철저히 지켜 생활화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수행해온 방역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각 의료기관에서는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 환자에 대해 신종플루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기에 항바이러스제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개인들도 평소와 달리 호흡기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세를 참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감기와 달리 약물을 투여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다면 신종플루 감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건당국은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보건소를 찾아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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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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