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이 SK글로벌에 대한 실사 결과 실사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적은 -4조3,874억원, 청산가치는 –5조9,188억원, 해외 은닉자산 규모는 4,220억원으로 밝혀져 회생이 청산 보다는 나은 처리 방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SK글로벌의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주주 계열사 간에 이해대립이 첨예했던 것에 비추어 이 같은 실사결과는 처리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하겠다.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금융권과 SK계열사들에 미칠 충격파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들이 흑자도산의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SK측의 우려는 엄살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SK글로벌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해소돼야 한다. 우선 이번의 실사에도 불구하고 해외부문의 자산에 대한 실사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채권단과 그룹간의 출자전환 방법을 둘러싼 이견도 아직 미결상태다. 그룹의 최대주주로 등장한 소버린 증권의 태도도 아직은 회생에 부정적이다. 기업측의 확고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중에서 채권단은 SK㈜에 대해 1조3,000억원의 매출채권 전액을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SK글로벌의 부실은 지난 수십년 동안의 누적부실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 이를 눈감아 온 채권단에도 책임이 있다. 계열사를 압박해 채권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채권단의 자세로는 문제해결은 어렵다. 출자전환 문제도 채권단과 기업이 일정비율로 보조를 맞추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SK글로벌은 수익성 있는 사업이외에는 모두 정리하고, 방만한 인원과 기구도 정리하는 과감한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계열사들이 SK글로벌에 일감을 제공해서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방법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글로벌을 항구적으로 살리는 길은 아니다. 그 같은 거래는 자칫하면 부당내부거래로 법의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
상사체제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에너지 화학 정보통신 철강 패션 등의 사업부문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버린다지만 그런 업종들이 상사체제는 물론 기업전문화 차원에서 적합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기업회생 문제와 관련해 최태원회장의 경영복귀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구심력이 요구되는 한국적 경영풍토에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SK그룹의 부실은 선대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인 만큼 현 경영진에게 결자해지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다만 최회장은 지분에 연연하지 말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형기(산업부 차장)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