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펀드와 히트상품

국내 한 경제 연구소가 지난해 말 선정한 2007년 최고의 히트상품을 보니 1위가 사용자제작콘텐츠(UCC)이고 2위가 차이나펀드였다. 3위는 김연아ㆍ박태환 등 국가대표 스포츠스타, 4위가 사극드라마인 대조영ㆍ태왕사신기, 5위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나타났다. 보통 히트상품하면 많이 팔린 전자제품이나 음료수 같은 공산품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지난해 10대 히트상품의 다수를 금융상품과 스포츠스타ㆍ드라마가 차지한 걸 보면 히트한다는 개념이 넓어진 세태를 보여준다. 지난 연말 필자가 참석한 각종 모임에서도 으뜸가는 화제는 펀드였다. 특히 연말에 다소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중국 투자 펀드가 단연 화제였다. 중국펀드에 남보다 일찍 가입했거나 투자규모가 큰 사람들은 아마도 식사나 술을 사라는 이야기를 한두 번 들었을 만하다. 펀드가 대중의 화제가 된 것은 시중은행이 적립식 펀드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지난2004년부터라고 본다. 그 이후에 적립식 펀드라는 것이 히트상품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던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수익증권이라 하면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은행에서 적립식 펀드를 팔면서 월 5만원, 10만원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적립식 투자 초기에는 그런 소액투자 고객을 받아서 돈이 되겠느냐는 시각을 가진 펀드 판매회사나 자산운용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3년 사이에 적립식 투자규모가 53조원을 넘고 전체 펀드계좌 2,200만계좌 중 적립식 계좌만 1,400만계좌가 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시장상황에 따라 거액의 자금이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임의식 거치식 자금에 비해 시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들어오는 고마운 자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시작된 은행의 적립식 펀드 판매는 증권사의 CMA와 함께 예금으로부터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money move)’와 이에 따른 은행권 자금난의 단초로 지목되긴 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를 통해 은행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의 사업기회를 가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우리 펀드시장의 외연이 이처럼 넓어진 계기는 역시 3~4년 전 월 10만원, 20만원에 시작한 적립식 투자다. 그 사이 펀드시장의 확대와 질적발전, 해외투자 확대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펀드업계가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게 해 준 가장 고마운 상품은 역시 소액의 장기 적립식 펀드다. 올해는 어떤 펀드가 히트상품으로 꼽히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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