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5월 25일] 盧 前 대통령이 남긴 것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투신자살이라는 참담한 선택을 강요한 '주범'은 누구이고 그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진 숙제는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요 신문들의 사설을 보면 '현 정권의 몰아붙이기식 수사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평가와 '권력형 비리에 따른 사필귀정'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원인은 어디까지나 권력 비리였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제동장치가 없는 한국적 대통령 권력문화의 부정적 유산'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겨레신문은 "검찰은 수사방향을 철저하게 노무현 괴롭히기로 끌고 갔다. 수사 전개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온 청와대 핵심의 의중이 반영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정치검찰과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처럼 부리려는 권력자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경향신문도 "검찰은 연일 피의사실을 공표했고 특히 금전거래와 관련해서는 소명을 듣기도 전에 발표부터 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검찰 책임론을 폈다. 반면 동아일보는 "(검찰 책임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배려와 예우를 받을 만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열정과 이상은 뜨거웠지만 현실정치를 통해 승화시키지 못하고 자신이 높이 내건 도덕성과 개혁의 칼날에 스스로 베이고 말았다(동아일보)'와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금기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정치인(한겨레신문)'으로 엇갈렸다. 하지만 '특권 없는 세상을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됐기에 퇴임 후 본인과 주변의 뇌물 혐의에 대한 민망함과 좌절감이 더 컸을 것(조선일보)'이라거나 '참담하게 무너져내린 자신의 도덕성 붕괴 앞에 절망했을 바보 노무현(경향신문)'이라는 평가는 공통적인 것 같다. 정부와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현 여권과 법조계ㆍ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엄정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은 '제동장치가 없는 한국적 대통령 권력문화의 부정적 유산'을 떨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실세들이 겪고 있는 불행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는 글을 남기고 떠난 노 전 대통령의 뜻을 되새기고 "내 탓이오"를 되뇌며 화합ㆍ관용을 향한 진지한 자기성찰을 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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