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자력, 진화해야 산다] '사용후 核' 재활용기반 마련 시급

<1>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라<br>저장시설 포화…2016년이면 보관할 곳 없어<br>'비핵협정'따라 사용후 핵 실험등 금지가 걸림돌<br>'건식 재처리' 방식 신기술로 돌파구 뚫어야

사용 후 핵연료를 SFR용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 모습. 사진은 사용 후 핵연료를 다루기 위한 ‘핫셀’로 불리는 차폐시설에서 로봇 팔을 이용해 연구하는 모습이다.

초고온 가스로에 사용되는 직경 1㎜ 크기의 구슬형 핵연료를 개발하기 위한 핵연료 입자.

국내 전력 생산의 40%가량을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다. 우선 고리ㆍ영광 등 네 개 발전단지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가 9,500톤이나 돼 오는 2016년이면 보관할 장소가 없다. 핵연료(2~4% 농축 우라늄)의 국제가격도 지난 1990년대 초 ㎏당 20달러에서 지난해 말 234달러로 10.7배나 오른데다 세계 각국의 원자력발전 확대 여파로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 및 핵연료 재처리 기술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지 않은 상태다. 유가 급등, 세계경제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 이 같은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현재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9,500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 임시 저장시설에 쌓여 있으며 2016년이면 이마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8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 2030년까지 원전의 전력생산 분담률을 56%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연히 사용 후 핵연료도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내년부터 중간저장시설 건립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임시 저장시설 2016년 ‘포화’=고준위 핵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아 보관ㆍ처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경주에서 착공된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보다 중간 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하기도 어렵고 건립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경주 방폐장은 18년의 입지선정 과정을 거쳤으며 10년간 사용할 1단계 건설에만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총 투입비용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자폭탄을 보유했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ㆍ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을 5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한ㆍ미 원자력협정과 IAEA의 이중규제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는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해두는 대안만 갖고 있다. 영구처분 결정을 한다고 해도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대국인 만큼 처분장 건립도 쉽지 않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영구처분 방법은 지하 500m 깊이에 처분장 시설을 건설, 열 발생에 따른 간격 유지를 위해 1㎡당 약 5㎏을 처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해야”=문제는 2014년으로 예정된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국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사용 후 핵연료 양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전무하다. 더구나 중국이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2050년까지 총 2,24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세워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연료인 우라늄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국제 우라늄 가격은 이미 10여년 전 20달러 수준에서 최근 234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2028년까지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원자로는 ‘Gen-Ⅳ(4세대 원자력시스템)’라는 이름으로 국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듐냉각고속로(SFRㆍSodium-cooled Fast Reactor System). SFR은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서 사용하는 현재의 원자력발전 기술과 달리 빠른 속도의 중성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에너지 효율도 높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 연료로 사용, 고준위 핵폐기물 배출량을 20분의1 수준으로 줄이고 우라늄 연료 수급 부담도 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에 포함된 방사능 물질이 안전한 수준까지 낮아지는 기간도 기존의 30만년에서 300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건식 재처리 기술로 돌파구”=한국원자력연구원 고속로기술개발부 한도희 박사는 “SFR은 처음 가동시 약 8.5톤의 재처리 연료를 장전,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1GW(기가와트)급 SFR 1기면 2GW급 경수로에서 연간 발생되는 사용 후 핵연료를 모두 소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SFR을 개발ㆍ가동하려면 큰 장애를 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非)핵확산협정에 따라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인 플루토늄이 포함된 사용 후 핵연료를 실험 또는 상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사용 후 핵연료의 금속 피복을 벗겨내 내용물을 사용하는 것은 핵연료 재처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비롯해 중동 국가들이 핵무기 제조 의혹을 받게 된 이유가 바로 핵연료를 재처리했거나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런 비핵확산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방법으로 찾아 낸 게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화학적 방법으로 플루토늄만을 추출하는 습식 재처리 방식과 다른 건식 재처리 기술. 플루토늄과 함께 핵종으로 불리는 방사능 물질을 함께 추출해 사용한다. 파이로 프로세싱을 거친 플루토늄 연료(TRU)는 플로토늄만을 추출해 핵무기용으로 전용하는 것이 어렵고 핵물질 감시체계에 쉽게 감지된다. 따라서 SFR과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원자력발전의 전력생산 비중을 높이고 포화상태에 이른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급등하는 우라늄 가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우리나라가 서둘러 개발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