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특송, 안 되는 게 뭐니?

첨단 물류기술 접목해 해체·조립 운송으로 진화

경주마·코끼리서 문화재·전투기까지 실어날라

인체장기·DNA 등 생명배송도 새 성장동력으로

인천대 캠퍼스 이전.

공군 전투기 이송.

플랜트 설비 이송용 자항선.

여수엑스포 물류 특송.

보신각종 운송.

임상의약품 배송.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서 플라스틱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이승석(57)씨는 최근 발주 물량 증가에 맞춰 부산에 공장을 하나 더 짓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시흥공장에 있는 여분의 플라스틱 사출장비였다. 사출장비를 팔고 새로 구입을 하자니 비용 부담이 컸고 부산으로 옮기자니 무게 30톤에 크기가 20미터가 넘는 장비를 실어 나를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이씨의 걱정은 단번에 해결됐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은 반드시 운송해주는 특송 서비스가 해결사였다.

21세기 물류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특송(특수배송) 서비스가 첨단 물류기술을 만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화재나 미술품을 손상없이 배송하는 것이 초기 단계의 특송이었다면 이제는 분해와 조립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형체가 있는 모든 것이 화물이 되는 시대가 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조차 오늘날의 특송 서비스를 마주한다면 벌어진 입을 다물기 쉽지 않을 정도다.


경주마, 코끼리, 전투기, 대학교, 화물선…. 아무 연관 없어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CJ대한통운의 손을 거쳐 운송된 화물이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흔히 택배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택배 매출은 전체의 25% 불과한 국내 최대 종합물류기업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지만 특송 서비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2년 CJ대한통운에 특송 요청서가 하나 접수됐다. 특송 담당자는 고민에 빠졌다. 화물은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T-50B 항공기 9대였고 목적지는 에어쇼가 열리는 영국이었다.

최첨단 정밀부품과 고가 장비로 구성된 항공기는 방위산업 화물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다. CJ대한통운은 출발 3개월 전부터 특송 전문인력을 선발해 전담팀을 꾸리고 운송에 대비했다. 전담팀은 T-50B 항공기 9대와 지원장비 일체를 원주 공군기지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육상으로 운송한 뒤 화물기에 실어 영국 맨체스터공항까지 날랐고 이를 다시 에어쇼 행사장으로 운반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과정이었지만 실제로 특송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고난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일이라 전담팀은 육상운송을 위해 화물칸 길이만 13미터에 이르는 대형 특수차량을 동원했다. 항공운송에는 B747-400F 전세기 8대가 투입됐다. 운송 중 문제가 발생하면 에어쇼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송은 군사작전에 버금가는 극도의 긴장 속에 진행됐다. 무사히 영국에 도착한 블랙이글스 항공기는 와딩턴 국제 에어쇼와 리아트 에어쇼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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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이전도 특송 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했다. 2009년 인천대학교는 인천 도화동 캠퍼스를 송도국제도시로 옮겼다. 도화동 캠퍼스에 있던 기자재 3만9,000여점과 48만권에 이르는 장서는 일반적인 기업 이사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자연대학과 공과대학에는 각종 화학약품과 수십억원에 이르는 실험장비가 가득해 건물 벽을 부수고 장비를 꺼내야 했다. 인천대 이전에는 5톤 트럭, 사다리차, 대형 크레인, 무진동차량 등 2,000여대의 차량과 중장비가 동원됐고 연인원 7,000여명이 투입됐다.

수많은 집기와 물품이 필요한 각종 전시회와 국제박람회에도 특송 서비스는 숨은 조력자다. 한진은 2012년 열린 여수엑스포의 공식 물류업체로 선정돼 전 세계 각국의 전시품과 행사물품을 전시장 곳곳으로 실어 날랐다. 한진은 이를 위해 1,790㎡ 규모의 여수엑스포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해 인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 등에서 입고되는 50여개국 1,200톤에 달하는 물류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생명체를 운송하는 생명배송이 차세대 특송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생명배송은 안전과 신속을 모두 요구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멸종 위기종인 알다브라 코끼리거북 한 쌍이 도착했다. 순천시와 세이셸공화국으로부터 기증받은 코끼리거북은 무게만 150㎏에 달하는 데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자칫 폐사할 수도 있다는 점이 최대 난관이었다. 특송을 맡은 CJ대한통운은 코끼리거북의 서식지였던 셰이셀공화국의 기후를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충격 흡수와 온습도 조절 기능을 갖춘 특수 무진동차량까지 개발했다. 수의사가 밀착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호위 차량도 배치한 끝에 코끼리거북 부부는 무사히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글로벌 특송업체 TNT는 인체 장기와 의약품에 특화된 '클리니컬 익스프레스'를 앞세워 생명배송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초기에는 혈액과 소변 등이 주력이었지만 최근에는 인체 조직, DNA, 제대혈, 임상시험용 세균 등 의료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특수한 포장기법이 요구되지만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유망한 분야다. 국내 지사인 TNT코리아는 전국 80여개 종합병원과 연구기관으로부터 약 6만여개의 임상시험용 샘플을 받아 전 세계로 발송하고 있다.

김대현 CJ대한통운 특수물류팀장은 "특송 서비스는 첨단 물류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7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를 발판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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