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잇단 정책혼선에 국정 위기감… '소통'통해 사전조율

■ 정책조정협의회 신설

"연말정산 등으로 국민에 심려"… 내각 투톱 최경환·황우여 사과

수석들간에도 정책점검회의 일각선 '회의체 옥상옥' 지적

현정택(오른쪽)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책조정 강화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가 주말인 1일 소통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긴급회의를 부랴부랴 연 것은 당정청(黨政靑) 간 의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연말정산·건강보험료 개편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낸 '정책실패'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민심이반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정책조율을 놓고 부처 간 또는 청와대와 내각 간 마찰이 불거질 경우 국정동력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물씬 배어 있다.


◇소통 통해 정책 일관성 높인다=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청와대와 내각 간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와 협의가 안 된 정책이 부처별로 발표돼 혼선을 빚거나 정책 자체가 원점에서 다시 추진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청와대와 내각 간 사전협의를 통해 이 같은 혼선과 마찰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보료 개편방안을 준비했다가 발표 하루 전에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며 계획 자체를 연기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본궤도에 올리고 금융, 교육, 공공 부문, 노동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마찰과 대립이 일어날 경우 국민들의 '정책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이 같은 실수를 선제적으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협의회의 기능은 △국정어젠다·국정과제 등 핵심 정책과제 추진 협의 △문제정책·갈등정책 검토 및 대응방향 협의 △정책 수립·집행·변경·발표와 관련된 조율 등 크게 세 가지로 정해졌다.

현오석 정책조정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수시로 열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달에 최소한 두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협의회 개최가 예상보다 자주 열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 내부의 정책조정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점검회의'도 새로 만들어진다. 박 대통령이 10개 수석실 간 칸막이 제거와 협업을 통한 정책발굴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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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관련이 없는 민정과 인사수석을 제외한 모든 수석이 정책 추진 방향과 내용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회의체는 앞으로 △여러 부처가 관련돼 전체적 관점에서 점검이 필요한 정책 △정책갈등 및 리스크가 예상돼 조율이 필요한 정책 △종합 점검이 필요한 국정어젠다 △핵심 국정과제 및 개혁정책 등을 대상으로 논의하게 된다.

◇내각 투톱, 국민들에게 정책혼선 사과=이날 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연말정산 논란과 건강보험료 개선방안 마련 과정에서 정책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최근에 정부가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정책 입안, 집행 등 정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정부 내부는 물론이고 여당·국회·국민과의 소통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회부총리도 "사회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 있어서 진심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 아래 모두가 일체감을 갖고 보다 깊은 준비와 사회층의 많은 중지를 모으고 부처 간 지혜를 더해 완벽한 정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내각의 '투톱'인 최 경제부총리와 황 사회부총리가 연이어 정책조율 미흡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등 민심이반이 확연히 나타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새로운 소통시스템을 구축해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정청 간 소통창구를 다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기존 회의체가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개의 회의체를 신설하는 것은 '회의체 옥상옥'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후임자가 지명돼 교체가 결정된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불참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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