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2월 8일] 우리 명절에는 우리 술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조상에게 차례를 올린다. 그리고 조상에게 올렸던 차례상의 술과 음식들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한 해 동안 모든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음복례'를 행한다. 차례를 올리고 음복례를 할 때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맑은 술이라 불리는 '청주'를 사용했다. 청주는 삼국시대 후기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고유의 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흔히 제례에 올리는 청주는 우리 전통 제법에 따라 빚은 것이 아니라 95% 이상이 에탄올인 값싼 주정을 넣어 만든 일본식 청주다. 이렇게 주정을 섞는 방법은 우리 전통술을 빚는 방법에는 절대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우리 선조들은 조상을 모시는 제례상에 전통 방식으로 빚은 100% 순수 발효주만을 올렸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 청주 대신에 일본식 청주를 제례주로 잘못 사용하게 된 원인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수탈의 목적으로 주세령을 공포하며 지난 1909~1934년 5차례에 걸쳐 공장이 아니면 술을 만들 수 없도록 하고 술의 종류를 획일화해 우리나라 전통술 양조 문화를 단절시켰다. 그래서 명절에 정성 들여 빚은 술을 조상님께 올리던 차례 문화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맥이 끊기게 됐고 대신에 값싼 주정을 섞은 일본식 청주가 우리의 제례상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은 어찌 보면 한복이 아닌 기모노를 입고 조상님께 제례를 드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곡물 원료를 순수하게 발효시켜 만든 청주를 제례주로 사용하며 우리 전통 제례문화를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일본식 청주를 사용하는 잘못된 제례문화를 바로잡아 제례상에 우리 전통 방식의 술을 올리는 것은 소실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의 혼을 되찾는 것이다. 설날도 어떤 세시풍속도 다 그저 그렇게 보내는 것이 요즘 세태이지만 이번 설은 제례주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의 전통 제례문화를 계승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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