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정부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후계자 한 명에게 주식 전부를 상속할 수 있게 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지금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기업 주식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후계자가 가업을 온전히 물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사업용 부동산을 상속할 때 과세표준액을 80%까지 깎아주고 있다. 또한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 이상인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10%에서 80%까지 대폭 감면해주기로 했다.
독일 역시 기업 재산의 35%까지 상속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상속세 납부를 10년간 유예하고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면 상속세를 대폭 탕감하는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찍이 해외 선진국들은 가업승계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다뤄왔다.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이미 호주ㆍ캐나다ㆍ스웨덴ㆍ홍콩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과 독일을 비롯, 영국ㆍ프랑스 등은 상속세를 대폭 감면해주고 있다.
이렇게 선진국들이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앞다퉈 상속세를 인하하는 이유가 뭘까. 왜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국민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상속세가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제약함으로써 오히려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이 퇴출되는 경우 기업의 경영노하우, 기술, 투자 및 고용 등 그동안 축적된 사회ㆍ경제적 자산이 한꺼번에 사장되고 만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상속세를 완화해오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배려에 힘입어 세계적인 장수 기업이 배출되고 있으며 선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일본은 장수 기업의 나라로 100년 이상의 기업을 계승한 중소기업만 1만5,000개가 넘는다. 독일은 세계시장 1위를 점유하는 장수 기업이 500개나 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00년 된 중소기업이 전통예산옹기ㆍ몽고식품 등에 불과하다.
최근에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정부 세제개편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세제개편은 가업상속 공제 확대, 사전상속 특례 도입 등 가업승계 지원에 대한 기본적 골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가업상속 공제한도를 30억원으로 제한하고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해 장수 기업 육성 측면에서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주요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 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다음의 세 가지 방안에 대해서 집중 논의되고 이에 따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중소기업 상속재산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평가제도를 폐지하고 할인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영국은 사업용 재산과 비상장 주식을 상속할 경우 100% 공제하고 있으며 상장 주식은 50% 할인하고 있다. 우리도 사업용 재산을 개인 재산과 분리해 과세표준액 산정시 할인평가를 적용해야 한다.
둘째, 가업상속세의 점진적 감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해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 투자확대 등을 전제로 기업의 상속세를 혁신적으로 탕감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상속세율 최고세율구간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최고세율은 50%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최고세율 적용대상이 상속재산 30억원 초과로 최고세율 구간이 너무 낮다. 독일에서는 최고세율을 적용받으려면 최소 2,556만유로(한화 306억원) 이상을 상속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세계 11위로 평가했다. 이러한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내수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는 일반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배출해 중소기업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 가업승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들이 체계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