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영화 외화벌이 시작

영화가 외화벌이의 첨병이 됐다.오랜 기간 외국영화의 주요 시장 구실만 했던 한국이 이젠 영화의 수출국으로 탈바꿈한다. 그 ‘역사적’ 분기점은 다음 달 9일부터 열릴 프랑스 칸 영화제다. 다음 달엔 칸 발(發)의 ‘한국영화가 거액에 팔렸다’는 뉴스가 쏟아질 전망이다. <쉬리><인정사정 볼 것 없다><춘향뎐><텔 미 썸딩><박하사탕><여고괴담_두번째 이야기>등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던 영화들이 칸 영화제에서 수출 계약을 벼르고 있다. 칸 영화제란 ‘시장’에서 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영화는 무려 30편이 넘으며, 계약 결과에 따라서는 수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일 전망이다. 칸 영화제에서의 ‘대박’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인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놀랐다. 외국 수입사들이 앞다퉈 한국영화를 찾았고, 저마다 계약을 서둘렀다. 그것도 기대보다 많은 액수를 제시하며. 각 영화에 대한 반응이 한국영화인들의 기대와 어긋나는 ‘행복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들까지 우대받는 이상 현상이 생겼다. 특히 동성애가 살짝 암시된<텔 미 썸딩><여고괴담_두번째 이야기>등에는 뜻밖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몰렸다. 이에 놀란 한국 영화인들은 ‘칸 영화제에서 다시 만나 상담하자’며 계약을 피했다. ‘스스로의 평가액이 너무 적었나’는 의문과, ‘앞으로 가격이 더욱 오를 게 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 칸 영화제는 한국영화가 외국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계기가 될 ‘약속의 땅’이 됐다. 칸이 한국영화의 외국 진출 기지가 된 것은 매우 극적이다. 그동안 칸 영화제는 한국 수입업자들이 성수기인 여름용 작품을 경쟁적으로 샀던 시장이다. 한국 상인들끼리 가격 폭등을 부채질해 빈축을 샀던 오욕의 장소도 칸이었다. 그 칸이 바뀐 것이다. 정경문 기자입력시간 2000/04/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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