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처음 그 용기로 시작하자

미국이어서 가능한 일일까. 미 하원은 새해맞이를 정말 멋지게 시작한다. 다름 아닌 헌법 낭독이다. 미 하원은 5일 개원하는 제112회 의회에서 하원 역사 221년 만에 처음으로 의원들이 돌아가며 헌법 전문을 큰 소리로 읽기로 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겠다는 의미란다. 또 법안을 발의하는 모든 의원은 "헌법 내용 가운데 어느 부분을 근거로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는 취지의 문구를 반드시 법안에 삽입하기로 했다. 다른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벤트치고는 감동적이다. 지난해 못지않게 난관 많아 이런 정신이 있기에 헌법의 의미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권한을 가진 연방대법원의 9명을 법신(法神)이라고 부르고 이들의 결정에 순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9명을 다룬 '지혜의 아홉 기둥'(밥 우드워드 저)이라는 책이 출간되고 2000년 대통령직을 놓고 조시 W 부시와 맞붙었던 앨 고어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연방대법원의 플로리다주 검표중단 결정을 존중한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만약 문제가 된 검표를 예정대로 진행했다면 앨 고어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 게바라, 로멜, 고르바초프 등과 함께 '위대한 패배자'(볼프 슈나이더 저)의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다시 새해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은 난관이 많다. 북한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둔화될 조짐이다. "큰 물결은 모든 것을 띄운다"는 성장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자리창출은 물론 공정도, 복지도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성장 속 물가 안정과 집값 안정 속 거래 활성화 등의 문제도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일이다. 더 큰 시련은 집권 3년 차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권경쟁자들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에 대선정국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지도 모른다. 더구나 정부가 수없이 공정과 서민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여전히 공정하지 않고 친서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사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법의 지배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롭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검사는 이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대물'에서 하도야 검사가 눈물을 흘리며 대검찰청 로비에서 검사윤리강령을 외치는 모습에 비록 TV연속극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공감한 것은 법이나 윤리강령과 다르게 움직이는 현실 때문이었다. 사회가 여전히 부조리하고 권력은 국민에 서비스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패된 힘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구조다. 법·원칙 근거해 초심 되새겨야 새해는 미 하원이 첫째 목표인 헌법 수호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헌법을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하듯 이 정부도 맡은 직무의 목적과 의미를 되짚고 처음 결심했던 그 신념을 다시 새기는 것으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초심은 파벌주의나 이해관계, 사리사욕보다는 경제성장과 공정, 개혁 의지에 불타고 그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저히 법과 원칙에 근거해 일을 수행하기를 소원한다. 그것이 바로 새해 들어서도 강조하는 공정의 구현이고 믿음 아래 시련과 두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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