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기는 바둑판의 사석이 아니다/홍순영 연구위원(여의도 칼럼)

금리인하방안의 하나로 현재 평균 7.4%인 지급준비율을 5%대로 인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요지는 지급준비율을 2%포인트정도 인하할 경우, 은행수익이 증대되어 1∼2%포인트 금리인하의 여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준율 2%포인트인하를 위해서는 통화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3조원가량의 총액한도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안이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금융기관관행상 지준율이 인하되어도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인하되지 않을 것이다. 담보·신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기피는 지속될 것이고, 중소기업은 지금과 다름없는 높은 가산금리를 지불하고서만이 차입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은 금리인하의 수혜는 받지 못한채 총액한도대출축소에 따른 은행의 중소기업 상업어음할인 기피로 지금보다 더 심각한 자금조달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지준율인하시 당국이 걱정해야 할 통화는 생산적 산업자금으로 쓰여지는 통화가 아니라 비생산적 투기자금으로 쓰여지는 통화이다. 총액한도대출에 의해 지원되는 자금은 실물거래에 수반되는 생산적인 자금이고 또한 단기에 환수가 가능한 자금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염려가 없는 자금이다. 이와같은 「진성어음주의」의 견해는 최근의 국내외 실증연구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준율인하에 따른 통화조절은 중소기업의 희생을 수반하는 총액한도의 축소가 아니라 공개시장조작과 비생산적 자금의 투기적 이동의 봉쇄와 같은 보다 원칙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통화당국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경제는 실험과학이 아니다. 실험의 실패로 인해 지불하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금융정책 실패의 대가는 중소기업의 대량 연쇄부도사태, 이로 인한 산업하부구조의 약화와 장기적 성장잠재력의 상실이다. 중소기업은 바둑판의 사석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 지금 중소기업육성에 국가총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관련기사



홍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