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3부> 과학강국 코리아의 조건 3. 오픈 이노베이션

독자적 기술개발 보다 외부와 협력통해 R&D 효율 높여야<br>SK이노베이션, 화학硏과 손잡고 촉매 이용 나프타 분해기술 개발<br>유화업계 패러다임 바꾼 사례 평가

대전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 내 촉매 이용 나프타 분해 올레핀 제조 기술(ACO) 파일럿 플랜트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지난 11일 대전시 유성구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옛 기술원)의 올레핀(ACOㆍAdvanced Catalytic Olefin) 제조기술 파일럿 플랜트. 원료인 나프타가 기다란 원통에 담긴 촉매와 합쳐져 14m 높이의 관을 타고 올라간다. 나프타와 촉매가 관 끝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초. 이 짧은 시간에 촉매 반응이 끝나 결과물인 기체 상태의 올레핀이 생성되고 사용된 촉매는 공기 소용돌이에 의해 다시 분리돼 재사용된다. SK이노베이션이 한국화학연구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촉매이용 나프타 분해 공정' 기술이다. 이를 적용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울산콤플렉스에 연간 약 4만톤 규모의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공장을 완공, 본격 가동하고 있다. 850도 이상 고온을 이용한 열분해에서 700도 이하에서 촉매를 이용해 나프타를 분해하는 SK의 기술은 기존 석유화학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신기술은 기존 공정보다 에너지 비용을 20%가량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제품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량을 20% 늘릴 수 있다. 또 프로필렌의 생산량을 에틸렌 생산량의 80~120%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른 최적 운전이 가능하다. 열분해 공정에서는 사용할 수 없던 올레핀 유분과 중질유 등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 SK이노베이션과 화학연구원의 공동 작품인 '촉매이용 나프타 분해 공정기술'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2003년 하버드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제시한 기술 혁신 모델로 기업 내부의 폐쇄적인 기술 혁신 시스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내외부의 다양한 원천을 이용하는 개념이다. SK의 '오픈 이노베이션' 노력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산화탄소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의 주요 과제였던 올레핀 제조 기술 개발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공정기술을, 한국화학연구원은 촉매기술을 맡아 2008년 결실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수출을 위해 2007년 세계적인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인 미국 KBR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김원석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 연구지원팀 부장은 "물론 SK도 촉매 관련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화학연구원은 우리에게 없거나 독특한 촉매 기술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보다 하나라도 나은 것이 있다면 문을 열어 좀 더 좋은 기술을 개발 할 수 있도록 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도 "올레핀 기술 개발은 한국화학연구원 주도로 개발된 촉매 관련 핵심 원천기술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아래 산학연과 국제 협력 등을 통해 일궈낸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올레핀 파일럿 플랜트에 이어 찾아간 그린폴(Green Pol) 파일럿 플랜트. 플랜트 건물 앞에서 그린폴과 일반 플라스틱의 비교 연소실험이 이뤄졌다. 한 연구원이 먼저 일반 플라스틱 조각에 불을 붙이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발생하며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이어 그린폴로 만든 조각에도 불을 붙여봤지만 그을음이나 연기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주원료로 만들어지는 그린폴은 또 다른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아주대와 그린폴 촉매기술에 대한 특허 이전 및 연구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이분열 아주대 교수는 외국 기업들로부터도 기술 이전에 대한 요청을 받았지만 좋은 기술은 국내 기업이 보유해야 한다며 SK에 특허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에 자체 화학공정 및 제조기술을 접목하고 촉매의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13년 초쯤 상업화할 계획이다. 그린폴은 건축 내장재, 인조가족, 식품ㆍ제품 포장제, 유리 접착제 등 다영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린폴은 쌀알 크기에 반투명한 노란 빛깔을 띠고 있으며 외형이나 촉감은 일반 플라스틱 알갱이와 비슷하다. SK이노베이션의 촉매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44%와 폴리프로필렌 옥사이드 56%를 결합해 만든다. 플라스틱의 반가량이 이산화탄소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1대1의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간 경쟁 시대"라며 "기초과학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는 이 밖에 최근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 분야에서도 국내 중견기업과 음극재 개발을, 국내 및 해외 기업과 양극재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하고 있다. 또 바이오 연료 분야에서도 부경대학에서 해조류 생산 연구를 담당하고 발효ㆍ추출ㆍ공정은 국내외 여러 기업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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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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