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치권 등 외압서 벗어나야"… 금감원 직원들 속내 드러내

"금융감독원의 원죄 가운데 하나는 금융관료와 정치권 등의 외압을 과감하게 떨쳐버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금융감독원 A국장) 최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자성의 목소리 안에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도 표현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의 10년차 직원은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있고 도덕적으로 해이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금감원이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한 업무의 이면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관료와 정치권의 외압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봐주기 식의 허술한 검사나 감독이 이뤄진 이면에는 금감원이 각종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금감원의 또 다른 직원은 "금융회사 검사 때 실무자들이 검사의 방향을 정하지만 민감한 사안의 경우 검사 도중 윗선의 지시에 따라 감사 초점과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대부분 정치권이나 경제관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금감원 사태를 촉발한 저축은행 문제도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했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직원들의 항변이다. 금감원의 한 팀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 문제를 일찌감치 지적했지만 정치ㆍ정책적인 판단에 밀려 해결을 미루다 보니 겉잡을 수 없는 정도로 일이 커져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감사원과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의 2,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적발한 시기는 지난해 초였다. 게다가 2조원대의 부실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지난해 6월이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경영진이 저축은행 부실 확산 과정의 진실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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