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나 종이컵 등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면서도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륙제관의 제품이 그렇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부탄가스, 스프레이용 용기, 윤활유나 식용유를 담든 캔의 50% 이상은 대륙제관이 만든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소리없이 50년간 금속 캔 하나만에 매달려온 대륙제관은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흑자행진이라는 신화를 창조해냈다. 회사가 만들어지던 해(1958년)에 태어났다는 박봉준(50ㆍ사진) 사장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IMF위기와 2년전 화재 등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왔다”며 “이제는 수출을 통해 앞으로의 50년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창업자인 박창호 회장의 둘째 아들로 지난 90년 대륙제관에 입사한 이후 전산실 등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아오다 2003년 사장에 취임해 대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박 사장은 “아주 조그만 기술적 차이가 커다란 성과를 낳기 마련”이라며 기자에게 제품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직접 제품을 들고 이야기하는 박 사장의 몸짓에는 회사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올해에만 벌써 두개의 신제품을 냈더군요. ▦그렇습니다. 지난 2006년 아산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이후 900억원 하던 매출이 600억원까지 확 줄었어요. 1년 동안 복구하느라 시장도 많이 놓친 상황이었죠. 직원들과 다시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왕 하는 거라면 한번 멋진 제품을 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올해 폭발하지 않는 부탄가스와 쓰러지지 않는 사각금속캔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일반인이 보기에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만.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사각금속캔을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윗부분을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게 하는 겁니다. 쌓을 때 이가 맞물리게 하는 원리죠. 그런데 사각캔을 구부리면 한부분에서 휘어지는 문제가 있어요. 이걸 세계 최초로 해결한 겁니다. 폭발방지 부탄가스의 경우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상부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 가스가 수증기처럼 배출되는 원리입니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경제성과 실효성 등을 고려해 2년간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이들 제품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예를 들어 일반 부탄가스보다 50원 가량 더 비싼데 안전한 제품이 있다면 시장은 어떤 걸 선택할까요? 이미 50개국으로 수출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각금속용기도 벌써부터 곳곳에서 기술이전 문의가 들어옵니다. 물론 시장이 판단하는 것이지만 작은 기술적 차이가 큰 성과를 가져온다고 확신합니다. 폭발하지 않는 부탄가스·쓰러지지 않는 사각캔 개발
러·베트남·中등서 수요 급증…"수출기업 거듭날것" -회사가 생긴지 오래 된 만큼 어려움도 적잖았을 듯 한데요. ▦사실 정신 없이 지나왔는데 돌이켜보면 직원들이 참 헌신적이었던 것 같아요. IMF때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노조에서 자진해서 상여금을 반납했죠. 화재 때도 마찬가지예요. 불이 나서 현장에 달려가보니까 부탄가스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데 직원들이 불길을 막아서고 있는 거예요. 당시 소방관들도 화재를 진압하고 나서 ‘평생 이런 직원들 처음 봤다’고 그러더군요. -최근 경기상황도 위기라면 위기일 텐데요. ▦그렇죠. 하지만 위기라는 게 잘 넘긴 후 되돌아보면 기회가 되는 겁니다. 화재 때만해도 처음에는 시장을 다 빼앗기고 제품생산도 못해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 이후 공장을 복구하면서 생산성이 4배 가까이 올랐어요. 50년 노하우가 담긴 시설들이죠. 지금도 생산현장에 갈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또 화재를 계기로 신제품도 나올 수 있었구요. 업력이 긴 만큼 업계의 신뢰도 있고, 직원들의 노력, 기술력이 있으니까 올해와 내년 역시 흑자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걸로 봅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계신 목표가 있다면. ▦제가 58년생인데, 지금 회장으로 계신 아버님께서 58년에 이 회사를 만드셨어요. 저는 회사와 제가 같이 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매출액 중에 수출비중이 더 큰 수출기업으로 회사를 체질변화 시키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러시아나 베트남, 중국, 대만 등 춥거나 굽고 끓이는 음식문화권에서 부탄가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인 만큼 앞으로는 수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업체가 세계 부탄가스 시장에서 1등부터 3등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이제 진정한 수출 1위 업체로서 미래 50년을 맞이한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오랜 업력·탄탄한 신뢰 강점 대륙제관은 윤활유나 페인트 등을 담는 금속관을 제조하는 회사다. 지난 1958년 설립한 이후 사업영역을 확장해 일반 금속관 이외에 스프레이나 방향제 등 에어졸용기와 부탄가스도 생산하고 있다. 이중 일반 금속관은 국내 시장점유율 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체브랜드로 생산되는 부탄가스는 올해 수출액만 2,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륙제관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쌓은 탄탄한 신뢰감이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SK, GS칼텍스 등 주요 거래처와 40년 넘게 단골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거래처를 수시로 찾아가 개선 사항을 확인하는 등 연구개발에 전념해 현재 84개의 특허 및 실용신안과 112개의 의장ㆍ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공장은 충남 아산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1995년 에어졸 용기의 내용물을 생산하는 지에스켐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있다. 지난해 853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000억원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