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3일] 8·3조치


1972년 8월3일 아침. 사람들의 동공이 커졌다. 사채동결 선언 때문이다.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일정 기간 동안 갚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에 기업들은 몸을 떨었다. 고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텄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사채동결 선언과 법이 마련된 것은 사채망국론 때문. 기업들이 수출과 내수로 벌어들이는 순수차익은 5% 미만이었던 반면, 사채이자는 연 20~40%까지 올랐던 상황. 1969년 13.8%였던 경제 성장률이 1972년 5.7%까지 내려앉을 정도로 사정이 다급했다. 수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중 60.6%나 하락한 상태였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연쇄도산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바로 8ㆍ3조치. 덕분에 기업들이 춤췄다. 경제도 다시 살아났다. 1973년 1차 석유위기를 넘긴 기반이 8ㆍ3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8ㆍ3조치 발표 34년. 더 이상 한국에 고금리로 자금을 구하려는 기업은 없다. 과연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아졌을까. 최소한 자금부족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기업은 없지만 돈을 원하는 창업가와 기업가는 무수히 많다.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특단적인 대책을 요구한다. 문제는 정부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의견수렴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8ㆍ3조치는 한국 금융사의 분기점이었다. 단기금융회사(단자사)와 종합금융회사가 이때 생겼다. 사금융 양성 3법으로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도 이때 생겼다. 우리나라 금융의 하부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오늘날 사정은 금융회사가 돈 쓸 곳을 찾아 다니는 형국이다. 생각해보자. 자금배분 시스템은 34년 전보다 나아졌을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