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위기 부를 ‘자아도취 망령’

우리경제가 다시 `자아도취 망령`에 직면했다는 불룸버그통신의 지적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우리경제 움직임을 차분히 뜯어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고 있는데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 메시지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거시적으로 외환위기이후 줄곧 흑자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국제 유가급등으로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한데다 갈수록 늘어나는 여행수지 적자까지 겹쳐 경상수지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곧바로 외채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단기적이라면 몰라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적자기조에 빠진다면 경제난을 예고하는 신호가 확실하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지만 외채 중 단기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늘어나 외채구조도 상당히 취약해졌다. 이렇게 비중이 커진 단기 채무는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관계 등 경제외적 변수에 약한 우리 경제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를 추진한다지만 기업의 투자의욕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생산기반마저 중국 등 외국으로 옮기려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외면하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널려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있다. 소득수준 3만달러 수준에서나 검토될만한 정책방안이 마구 제기된다거나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는 정책적인 관심을 갖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 한 병에 수백만원씩 하는 고가 위스키와 같은 사치품 수입이나 해외여행, 고질적인 부동산 투기바람과 한탕주의 등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좀먹는 활동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는데 소득 3만달러 국가 뺨치는 과소비로 흥청망청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병이 도지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비단 불룸버그통신의 경고때문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심도 있게 챙겨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를 잊어버렸다는 지적이 오래 전에 나왔지만 우리경제사회는 외환위기 이전처럼 위기 불감증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치하게 되면 결국 경제위기는 재발되기 마련이다. 눈앞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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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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