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비상금 쌓아뒀다 위기때 사용" 유도

금융위, 은행 외환 건전성 규제 강화<br>중장기 외환대출 재원조달비율 120%로 높여<br>유동성 비율도 실제회수 가능성 따라 차등화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외환 건전성을 강화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한 것은 '여유 있을 때 외화유동성을 넉넉히 쌓아뒀다 위기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은행에 외화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이 평소 때 최소한의 외화안전자산을 보유하고 비상자금조달 계획을 세워뒀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정부가 은행의 외환유동성만 강조하고 국가차원의 외환유동성을 확충하지 못하면 은행들은 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본부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은행들이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정부 규제에) 맞춰나갈 수 있다"며 "다만 외환보유액 확충이나 통화스와프 등 국가 차원에서 외환유동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흔들린다면 위기 때 은행은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 비상금 마련해 화재 때 소화기로 사용=금융위는 은행들에 단기적으로 외환 비상금 주머니를 마련하고 위기 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세우도록 할 예정이다. 은행별 특성과 규모에 맞게 유동성과 신용등급이 높은 외화표시 채권을 일정 규모 이상 갖고 있다 금융위기 상황이 터지면 최소한으로 외화안전자산 보유 기준을 낮춰 그 돈을 쓰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마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을 위해 소화기를 비치해두는 것처럼 외환 비상주머니를 준비해뒀다 위기 발생 초기에 사용해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외국은행은 이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 ◇중장기 차입금보다 적게 대출해라=금융위원회는 은행이 외환자금을 장기로 빌려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동시에 조달한 돈이 빌려준 돈보다 항상 많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은행이 80을 빌려 100을 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항상 20이 부족하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이 얼어붙어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이 막힐 경우 해결 방법이 없다. 최근에는 기간물 차환율(다시 빌리는 비율)이 110%를 넘었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는 50%대에 불과했다. 80을 조달해서 100을 빌려준 상황에서 차환율이 50%가 되면 40을 조달해 100을 빌려준 셈이 된다.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내년까지 중장기 외환대출 재원조달 비율을 120%로 높이도록 했다. 120을 빌려서 100만큼 대출해주도록 한 것이다. ◇외환유동성 비율 규제에 외화자산 가치 반영=은행들은 제때에 외환대출을 갚기 위해 7일ㆍ1개월ㆍ3개월 단위로 유동성 비율을 맞춰야 한다. 가령 7일 이내 갚아야 할 외환대출금보다 많은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외환자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할 때이다. 금융위기로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출금을 못 갚게 되는 경우다. 금융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환자산의 시장 가치를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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