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당국 자만했나…환율 하락에 수출기업 원성

원.달러 환율이 5일 4거래일째 하락하며 960원선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환당국에 대한 수출기업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3~4월 환율 상승' 전망을 믿고 기다렸다가 눈물을 머금고 싼값에 달러를 팔아야했기 때문이다. 전날 두달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원.달러 환율은 5일 오전 한때 960.30원까지 떨어지며 95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환율이 지난달 30일 976.1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는 데는 수출기업들의 실망매물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외국인 주식배당금 역송금 수요 유입을 기대한 채 달러 매도를 미뤘던 기업들이 외국인 주식매수분 유입에 따른 환율 급락에 놀라 대거 손절매도에나섰다는 설명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상승에 대한 당국의 지나친 자신감이 기업들의 실망매물을 유도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는 지난 2월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평균 환율이작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3,4월에는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972원선이던 환율은 한달 뒤 980원선으로 소폭 상승하며 박 전 총재 전망이 들어맞는 듯 했다. 그러나 980원대 환율은 `4일 천하'에 그쳤고,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며 박 전 총재의 전망이 나오기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들어 전날까지 연평균환율은 977원으로 지난해 1천24원에 비해 47원이나 낮아작년 수준을 회복할 지 여부도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전 총재는 지난해에도 2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와 3월 금통위 직후간담회에서 외국인 주식 배당금 역송금을 근거로 "오는 4월쯤이면 환율이 오를 수있다"고 낙관했으나, 환율이 4월25일 7년반만에 처음으로 900원대로 떨어져 체면을구긴 바 있다. 재정경제부 권태신 제2차관 역시 지난달 24일 "원.달러 하락에 대해 너무 불안해 하면서 움직이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실망매물 유입에 일조했다. 권 차관은 특히 "수출관련 대기업들도 외환시장 안정에 협조해야 한다"며 달러매도 자제를 요구해 기업들의 손실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출기업의 한 관계자는 "퇴임 이후 시장 전망까지 내놓은 것은 지나쳤다고 본다"며 "당국의 말을 믿고 달러를 계속 들고 있던 곳들만 다쳤다"고 말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도 "당국이 친절하게 배당금 수요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쏠림현상을 촉발시켜 환율 급락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실망매물에 따른 환율급락을 막느라 이틀째 개입에 나서 세금도 낭비한 꼴"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쏠림현상 방지를 넘어선 섣부른 전망 제시는 시장을 교란시키고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자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간연구기관 한 연구위원은 "당국이 2년째 방향과 시기까지 적시한 채 내놓은전망이 잘못돼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은 알려진 재료에 역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망 제시에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주식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예상치인 10억달러의 절반수준에 불과해 미리 헤지됐거나 재투자 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네고가 월말에 몰리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시장이 지나치게하락요인에 치중하고 있을 때는 양쪽 다 봐야한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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