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대담 ; 崔性範 금융부장『올해는 금융시장 자체를 개선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시장인프라를 확충하고 관련 법규정을 대폭 개선해나가겠습니다.』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금융구조조정위원회 신임 사령탑으로 발탁된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은 올 한해를 시장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말로 취임의 변을 대신했다. 지난해가 은행·종금·보험 등 각 금융 부문별로 개혁이 진행된 시기였다면 올해는 금융시장 자체를 보완하는 작업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동안은 시장이 파괴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나섰지만 이제는 시장기능이 거의 회복된 만큼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이 산업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어 지주회사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금리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우와 투신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한자릿수대의 정상금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李금감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취임소감은.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차원에서 내부승진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이헌재(李憲宰) 전 위원장과 조화를 이뤄 금융감독 및 정책기능을 이끌어가겠다. 부처간 기능조정 문제도 이번 개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처간 마찰없이 조화롭게 모든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금감위원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분야는. ▲구조조정 마무리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금융 부문을 먼저 하고 기업 부문 구조조정은 나중에 하는 방식으로 일을 추진해왔다. 종금·은행 등 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 부문부터 손을 댄 것은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까지는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개별요소들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고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이끄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대략 끝났다고 본다. 올해는 시장 스스로의 힘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시장 자체를 개선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시장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 부족으로 매매결제나 체결이 지연되는 사례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또 시장개선을 위해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운용하는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금융시장의 경영문화를 국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을 평가한다면.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은 사실 더 빨리 이루어졌어야 했다. 좀더 빨리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면 피해는 그만큼 적었을 것이다. 외환위기는 금융기관의 미스매칭 등 기술적 관리 잘못이 일차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산업합리화에서 찾아야 한다. 산업이 합리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합리화가 미진한 상태에서 문제가 터지다 보니 금융부실과 산업부실로 이어졌고 결국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당위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든 이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부실은 부실대로 떠안으면서 자본금만 까먹는 비정상적인 경영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고쳐나가는 게 바로 구조조정이다. -올해는 금융의 겸업화·대형화 추세에 따라 금융기관간 추가 통폐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2차 금융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구조조정을 철저히 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자율경쟁이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의미다. 올해는 금융겸업 허용과 대형화 추세에 맞춰 금융기관 통폐합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은 시장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 가운데 대우사태 등으로 MOU를 지키지 못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검증작업에 착수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검사결과 MOU를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초 약속한 대로 제재하거나 보완조치를 취할 것이다. -2월8일로 예정된 투신 환매제한 해제와 관련해 투신사들이 다시 유동성 부족에 빠질 가능성은. ▲별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투신이 떠안고 있는 대우채는 모두 23조5,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1월 중 정리될 것이다. 채권형 수익증권 가입자들은 대부분 자금운용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투신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거의 은행으로 몰려든다. 하지만 은행상품은 수익성이 낮은 게 단점이다. 결과적으로 투신사가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만들어 팔면 자금은 투신권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하이일드펀드나 국공채펀드 등을 통해 자금이 투신권에 환류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환매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 투신사별로 유동성을 점검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은이 나서 유동성을 보완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재경부·한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채권안정기금은 어떻게 처리되나. ▲채권안정기금 설립은 복잡했지만 해체는 자연스럽게 처리할 계획이다. 분해해서 은행별로 나눠주면 된다. 투신문제만 해결되면 상반기 중 해체될 것이다. 금리는 자금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금융시장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개혁돼야 할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채권시장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채권시장은 아직도 모든 게 미흡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채권에 투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채권을 사려면 인수주간사 회사를 통해 거액단위로 사야 한다. 또 채권가격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서민들이 여윳돈을 가지고 채권을 사고자 해도 일선창구에서 사기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통시장은 없고 발행시장만 있는 셈이다. 올해 중 이 부분에 대한 개선작업에 나설 것이다. -생보사 상장은 언제쯤 가능해지나. ▲생보사는 법상 주식회사지만 내용은 상호회사이다. 생보사 상장을 위해서는 계약자 몫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계약을 해지한 과거 계약자 몫을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는 10년여를 끌어온 만큼 더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가급적 올해 안에 해결할 생각이다. 삼성자동차 처리와 관련해서도 빨리 마무리짓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지주회사 허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를 발전시켜야 한다. 문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에 차단벽(FIRE-WALL)을 쌓아 금융이 산업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어 자회사로의 자본이동을 감시하고 지주회사 운영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구조조정 방향은. ▲지금까지는 시장이 파괴된 상태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 구조조정을 지휘해왔다. 하지만 시장기능은 조금씩 복원돼가고 있다. 앞으로의 구조조정은 가급적 시장에서 결정되고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최근 금리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구조조정을 완결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금리가 중요하다. 1·4분기 중 대우와 투신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한자릿수의 정상금리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 -대우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가. ▲시간에 쫓겨 서둘러 처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우를 비롯한 주력 4개사를 처리하는 데는 아직 기술적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차근차근 풀어갈 계획이다. -17일부터 금융업종간 장벽이 많이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아직 함량미달이라고 지적하는데. ▲유니버설 뱅킹으로 가는 것은 대세다.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다시 한번 들여다볼 생각이다. -금감위의 정책기능이 다시 재경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금융제도와 관련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가져온 만큼 이를 회귀시킬 이유는 없다고 본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협조관계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비추어서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李위원장과 일처리하는 방식이나 사고가 워낙 비슷해 외부적으로는 재경부의 페이스에 끌려다닌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리=이종석기자J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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