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기간동안 받은 모든 협조 융자를 모두 상환하고 저의 집을 포함한 경영권 포기각서 등 담보물을 되돌려 받는 날입니다』동료들을 떠나보낸 자책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뒤섞인 이런 감정의 편린(片鱗)들이 모니터에 뜬 총수의 E-메일 앞에 오버랩됐다. 눈물자욱에 글자가 번지는 편지처럼, 김승연(金昇淵) 회장의 메일은 직원들의 눈을 뿌옇게 흐려놓고 있었다.
E-메일은 재출발의 다짐과 함께 이렇게 끝을 맺었다.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작은 정성에 담아 전하고자 합니다』
계열사가 팔려나가 동료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희생자들이 즐비한 전장터였지만 金회장이 E-메일의 「엔터」키를 치는 순간, IMF위기와 싸워 끝내 이겼다는 승전보가 전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지방 공장과 해외지사에까지 승전보가 전달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수초. 인터넷 시대이전에는 수개월이 걸렸을 기간이 몇초내로 단축된데는 바로 자체 개발한 그룹웨어인 「오피스메이트」덕분이었다. 그만큼 재출발의 다짐도 빠르게 결집됐다.
「오피스메이트」는 한화그룹이 자랑하는 자체 그룹웨어다. 지난 94년 (주)한화/정보가 자체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후 95년 전 계열사에 보급시켰다.
처음부터 그룹웨어 개발에 참여했던 (주)한화/정보의 김성수(金聖壽) 응용소프트웨어팀 부장(48)은 『그룹에 속해 있는 각 계열사는 물론, 공장과 해외지사에 이르기까지 팩스, 전화 대신 오피스메이트가 깔린 컴퓨터를 통해 E-메일, 전자결제, 게시판 보기 등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꼭 자체적인 그룹 웨어를 만들어야 했을까. 金부장은 『그룹 웨어는 사람으로 치면 신경계통이 해당한다』며 『그룹 내부의 전산시스템과 제대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는 자체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대기업중 비교적 빨리 그룹 웨어를 깔았던 한화에서 전사원은 그룹내 정보를 보다 빨리 공유할 수 있었다.
전자결제의 이점도 컸다. 「오피스메이트」를 이용, 전자 결제를 신청하면 결제선상에 있는 관계자들이 차례로 결제에 들어간다. 결제를 올린 시점이 기록되기 때문에 결제라인의 병목을 발견하기도 수월했다. 그전같으면 결제 사인을 받기 위해 상관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등 시간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이런 문제는 일시에 해소됐다.
요즘은 이 「오피스메이트」를 인터넷과 결합시키는 웹버전을 거의 개발 완료했다. 종전에는 개인 PC에 반드시 그룹웨어를 깔아야만 쓸 수 있었지만 웹버전인 「웹오피스메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AOL의 내비게이터를 통하면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서버 프로그램에서 브라우저 프로그램으로 한단계 더 진화한 양태로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에 보급할 계획으로 있다.
또 앞으로 이같은 정보유통의 개념을 넘어 지식공유 시스템(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을 도입, 정보를 저장하고 다시 검색, 활용하고 새로 추가하는 등 지식경영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구상도 있다.
(주)한화/정보는 이같은 그룹웨어 뿐만 아니라 외부 수익사업을 위해 「팩스 와이드 서비스」소프트웨어도 개발, 사업화했다. 글로벌 서비스에 해당하는 이 서비스는 그룹내 직원들에게는 물론이고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제 전화요금이 아닌 현지 요금으로 팩스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또 「만남」과 관련한 갖가지 내용을 한데 모은 사이트인 「모이자 커뮤니티」를 개발, 수익 사업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