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크루그먼교수의 충고

경제에서도 심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일부에서 벌써 거품이 보인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나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큰 수확이다. 이런 상승분위기를 잘 살려 최대한 빨리 IMF이전 경제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다음 목표가 돼야 한다.그러나 이런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는 쉽지않고 경제회생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시아외환위기 2주년을 맞아 타임지에 기고한 폴 크루그먼 미 MIT대 교수의 충고는 그런 점에서 귀담아 들을만 하다. 지난 94년 아시아경제의 성장한계론을 주장, 아시아환란을 어느 정도 예견한 그였기에 더욱 주목된다. 그는 환란을 넘긴 아시아국가들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듣기에 섭섭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에는 서구적 의미의 진정한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환란이후 기업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경영투명성 확보와 과잉투자해소에 미흡한 우리의 현실을 빗댄 듯하다. 계열사 상호출자가 늘어나는 등 재벌의 선단식 경영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빵을 키울 주역은 기업들이다. 기업이 바로 서야 완전한 위기극복이 비로소 가능하다. 기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간접적인 지적이다. 크루그먼교수가 아시아경제의 완전회복을 비관하는 또다른 이유는 외환위기이전과 같은 대규모 자본유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94년 그가 주장한 아시아성장한계론과도 연결된다. 환란 이전의 아시아 고도성장은 기술진보 보다는 대규모 해외자본유입에 힘입은 단순한 요소투입 덕분이라고 했던 것이다. 기술진보가 없으면 수출경쟁력이 한계에 부딪치고 외자유입까지 순조롭지못하면 외환위기는 수시로 찾아올 수 있다. 이는 아시아경제의 남미경제화를 의미한다. 최근 외국기업의 투자가 급증하고 외화유입이 순조롭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렸지만 문제는 기술수준이다.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중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수 밖에 없다. 그의 지적은 우리 경제의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최근 사회분위기가 급속히 풀리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낙관론에 빠져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크루그먼교수도 자기만족을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경계하고 있다. 자만심은 위기극복을 더디게하고 남미경제화를 재촉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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