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일본 공무원

나가사키 취재 후기

휴일도 없이 일하는 일본 공무원 후지타 차장(사진 왼쪽)과 노다 과장.


이번 나가사키 취재는 국내 기업에서 세미나ㆍ컨벤션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동행하는 형식이었는데, 기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초청자는 나가사키관광컨벤션 협회와 사세보관광컨벤션 협회였습니다. 여행 내내 이 두 협회에서 나온 직원이 함께 했습니다. 직원의 신분은 공무원이었습니다. 나가사키협회에서는 사무국 후지타 쇼조(41)차장이 나왔고, 사세보에서는 노다 히로유키(38) 과장이 나왔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컨벤션 행사 등을 유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눈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노다 과장은 기자가 일어를 못하는 걸 눈치 챘는지 영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노다 과장은 자기가 노총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5주째 주말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컨벤션 등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 미국, 타이, 타이완 등의 관계자들을 주말 마다 초청해 홍보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말에 근무하면 대신 평일에 쉬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체 휴일 없이 그냥 일한다”고 했습니다. 후지타 차장과 노다 과장은 정말 빠릿 빠릿하게 일을 했습니다. 일행 보다 먼저 뛰어가서 줄을 서기도 하고, 이미 수 십번은 봤을 것 같은 영상물 상영 때도 밖에 나가 있지 않고, 일행과 함께 시청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하루가 지나자 일행들 입에서 “일본 공무원 정말 열심히 일 한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날 저녁 식사 때 기자는 노다 과장의 옆 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노다 과장이 한국 사람들이 술잔을 돌리는 습관을 알고 있었는지 제게 잔을 돌렸습니다. 기자는 한국에서 술을 마실 때도 술잔을 잘 안 돌리는데 깔끔하다는 일본 사람이 잔을 돌리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는 사전에 우리 풍습을 공부한 듯 했습니다. 셋째 날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후지타 차장이 나가사키의 명물 카스텔라 집으로 일행을 안내했습니다. 그는 일행을 빵집앞에 세워 놓고 한 마디 했습니다. “오른 쪽 집은 보통 카스텔라가 맛있고, 왼쪽 집은 초코 카스텔라가 맛 있습니다. 빵집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면 종업원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밖에서 말씀 드립니다. 구입할 때 참고 하세요.” 과연 일본사람 다운 세심함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던 중 노다 과장이 버스를 세우더니 “감기 때문에 병원에 들렸다 오겠다”며 내렸습니다. 어젯밤에 그와 술잔을 돌렸던 게 생각났습니다. 귀국 비행기는 나가사키에서 두 시간 거리인 후쿠오카(福岡)공항에서 출발하기로 돼있었습니다. 두 공무원의 근무지가 나가사키라 그 곳에서 헤어질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후쿠오카까지 동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후쿠오카 공항의 탑승구 앞에 서서 일행에게 일일이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두 가지 뉴스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지자체들이 근무에 태만한 공무원들을 퇴출 시킨다는 뉴스였습니다. 이번 조치로 공무원 사회의 철밥통이 깨질 거라고들 합니다. 둘째는 한국과 미국간에 FTA체결로 우리가 일본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섰다고 합니다. 저도 하루 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후지타와 노다의 성실함이 떠오릅니다. 성실한 그들이 일본 공무원의 평균치 정도라면, 또 공무원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일본은 결코 따라잡기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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