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1부]<4>'주주중시 경영'의 참뜻<br>기업이해-주주이익 공통분모 키워라

국내기업 배당 '쥐꼬리'…외국과 비교도 안돼<br>기관 의결권 적극 행사, 경영 전제기능 살려야<br>'기업 투명성 향상이 생존 필수조건' 인식을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1부]'주주중시 경영'의 참뜻기업이해-주주이익 공통분모 키워라 국내기업 배당 '쥐꼬리'…외국과 비교도 안돼기관 의결권 적극 행사, 경영 전제기능 살려야'기업 투명성 향상이 생존 필수조건' 인식을 • 주주경영 기업 주가도 높다 • '정치·사회 불투명' 54%가 "증시 저평가" • 1부 주식투자 개념 바꾸자 주식도 저축이다 노후 플랜을 짜자 페어게임 룰 보강해야 초복을 갓 지나 여름 뙤약볕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22~23일 이틀간 SK텔레콤 임직원들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22일 오전까지도 SK텔레콤은 최태원 SK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맡겨놓았던 와이더덴닷컴 주식 560만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주식매매대금으로는 적대적 M&A에 노출된 ㈜SK 주식을 추가 매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 회장의 재산중 일부를 매개체로 활용하려던 이 구도는 상호출자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는 안정시켜야 하고, 잠재적 경영부실 요소도 제거한다는 의도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구도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음날인 23일 SK텔레콤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곤두박질쳤으며, 여의도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이 구도가)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SK텔레콤은 결국 이날 오후 2시께 “이사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를 냈다. SK텔레콤의 와이더덴닷컴 지분 인수 추진 해프닝은 최근 시장(주주)이 기업들에게 어떤 경영결정을 요구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기업 이해=주주 이익’ 공통분모를 넓혀라=지난달 중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320억달러(한화 35조원가량)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MS사의 현금 보유액이 560억 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훨씬 넘는 자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인텔도 17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보유액에서 상당액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되돌려주는 배당규모는 형편없이 초라하다. 실제로 지난 2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82개 상장사 가운데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은 불과 10개사에 그쳤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가 대비 1%도 안되는 ‘쥐꼬리 배당’이다. 소액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주주들의 입장에선 기업들의 이 같은 배당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배당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갖지 말라’는 의미다. 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임원인 U씨는 “미국 주식시장이 탄탄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배경에는 주주들의 이익을 경영결정의 우선순위에 올려놓는 미국의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며 “반면 국내 기업들은 주주와의 이해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는 “외국 주식시장에서 중장기투자에 나서라는 말은 배당수입이 이자수입보다 유리하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조언”이라면서 “하지만 국내에서 중장기 투자를 하라는 것은 배당수입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기대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 적극적으로 앞장 서라= 전문가들은 “기업경영이 주주이익과 합치하도록 유도하려면 기관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한국의 주식시장은 지금 적정한 위상과 좌표를 다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은) 경영의 축을 좀 더 주주 입장으로 이동해야 하고, (주주들도) 경영 활동 감시 및 배당결정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 교수는 이와 관련, “현재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활기차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이 경우 기관의 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기업 스스로도 배당 등 주주 중시경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시장의 제도적 견제장치도 필요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기업들은 배당 등에 대해서만 주주들에게 사전공지(배당은 주주총회 의결사항이지만 이사회 결의 후 잠정적으로 결정된 배당내용을 미리 공시하고 있음)하고 있다”며 “배당에 버금가거나 훨씬 파장이 큰 경영결정 내용에 대해서도 사전 공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문사의 한 CEO는 “미국의 경우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처분하던가, 계열사보증을 지원받을 경우 사전에 공시하도록 제도화돼 있다”며 “이 같은 경영결정 내용은 기업 지穩망뗄?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거나, 기업가치를 새롭게 결정하는 요소들이란 점에서 국내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투명성은 규제 아닌 생존조건=최근 기업지배구조개선 지원센터가 평가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점수는 낙제점인 39점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주주권리보호와 감사기구만이 지난해 조금 나아졌을 뿐 나머지 이사회 운영이나 공시, 과실배분 등에서는 오히려 10% 이상 하락했다. IMF사태 이후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당히 노력해왔지만 이전에 워낙 ‘저품질’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 본다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정재규 기업지배구조 개선센터 상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ㆍ투명경영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초등학교 졸업자 수준”이라며 “많은 기업이 투명성 제고를 단순히 규제로만 여길 게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필요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선진화에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보상ㆍ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전문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서약서를 받거나 외부평가기관의 평가항목에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오철수 차장(팀장)ㆍ이학인ㆍ한기석ㆍ송영규ㆍ온종훈ㆍ고광본ㆍ우승호ㆍ홍병문ㆍ김정곤ㆍ이철균ㆍ이상훈ㆍ노희영ㆍ김상용 기자 csoh@sed.co.kr 입력시간 : 2004-08-0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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