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26일] 다문화 시대, '다름'을 이해하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5월은 기념일이 많다. 그간 소원했던 가정들도 5월에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부부 간의 정을 생각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올해는 유난히 예년과 사뭇 다른 가정의 달을 맞이한 것 같다. 지난 20일이 재한 외국인을 위한 ‘세계인의 날’이었고 곳곳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행사가 펼쳐졌다. 재한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올해부터라도 다문화가정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저출산ㆍ고령화로 전형적인 가족상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농촌 사회에서 1만6,000가구 이상의 다문화가정이 새롭게 탄생했다고 한다. 매년 농촌의 새 신랑 40%가 다문화 가족을 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배려가 부족했다. 민족성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해마다 농촌의 외국인 신부 수는 늘어가고 있지만 또 그만큼 떠나가는 외국인 신부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과 외로움보다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잘못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도 재한 외국인이 우리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그들을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안을 때가 됐다. 필자는 매월 열흘 이상 일본을 방문하고 중국ㆍ베트남ㆍ인도 등 동남아와 유럽을 비롯, 20여년 간 전세계를 돌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왔다. 그럴 때마다 느낀 것은 우리 나라의 문화도 물론 우수하지만 각 나라 고유의 문화도 나름의 전통과 가치가 있다는 점이었다. 생소하고 낯설지만 남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나와는 다른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의 문화, 그 나라들에서 만든 제품들이라면 무조건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TV 드라마나 토크 프로그램 등에서 한국에 정착한 이주 가족이나 다문화 가정이 자주 등장하고 해외 여행 등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서서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 한국 남자 열 명 중 한 명은 외국인 아내를 맞는 시대가 됐다. 예전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점차 많이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인식이나 제도는 다문화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각 부처별로 유형별 실태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종합지원 대책과 세부 시행안을 마련하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다문화 인권국가 구현’을 이루겠다고 하니 말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좀더 이들을 배려하고,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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