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씨랜드 참사'…슬픈 영혼과 조우

사람들은 울적해지면 슬픈 음악을 듣거나 술을 마시곤 한다. 카타르시스란 것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무슨 연유이든 혹여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애써 슬픈 영화를 보기도 한다. 예술에는 슬픈 정조의 이야기들이 많다. 음악, 문학, 연극 등 비극을 표현한 작품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렇다면 미술의 경우는 어떨까. 정적인 미술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여기 마음의 깊은 상처를 건드리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미술 전시회 하나가 마련됐다.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임영선의 「천사의 방」이라는 제목의 설치전이 그렇다. 지난 11일 오픈해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슬픈 영혼들이 떠돌며 사람들의 마음을 쥐어짠다. 전시는 이중의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는 지난 98년 불이나 모든 것을 소멸시킨 작가의 불탄 작품들도 채워져 있고, 다른 하나는 씨랜드 참사에서 사라져간 어린 영혼들의 진혼을 위한 자리이다. 작가는 지난 98년 8월 13일 새벽 1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이 불에 타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 묘한 것이 불이 난 일시가 자신의 생일, 그것도 태어난 시간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다시 태어나라는 뜻인가. 어쨌든 작가는 이 때문에 미국 피츠버그 뮤지엄에 내놓을 작품 등 애써 만들어 온 자식같은 작품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불이 얼마나 무섭고,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정말 가혹하도록 실감했다.』 임영선은 그래서 불을 무서워한다. 때문에 씨랜드 참사로 너무 일찍 하늘로 떠난 어린 아이들의 비극이 몸서리쳤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씨랜드로 천사들을 잃어버린 젊은 부모들을 찾아가 그들의 아이들을 작품으로 승화시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불탄 작품들의 잔해를 바라보다 미술관 2층으로 올라가면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씨랜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어린 천사들의 이숭에서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설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에는 정화를 의미하는 글리세린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공간 안에 아이들의 얼굴이 떠돈다. 그들의 엄마, 아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함께. 작가 임영선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큰 전시를 가진바 있고, 현재 진행중인 광주 비엔날레에도 작품이 출품되어 있다. 문의 (02)721-7772.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4/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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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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