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IP TV 서비스 성공하려면

우리나라가 전세계 정보기술(IT)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시스코나 모토롤러ㆍ구글과 같은 IT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아시아 권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나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유독 인터넷TV(IP TV)만이 조기에 상용화되지 못하는가에 대해 의아해 할 수 있다. 모든 유ㆍ무선통신망의 진화 방향이 IP화 추세로 가고 있고 음성전화를 IP화한 VoIP서비스가 기술적 검증을 마무리하고 상용화되는 것을 보면 방송을 IP화해 제공하는 IP TV 서비스도 기술 발전에 따른 대세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이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기우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IP TV에 대한 사업허가가 가시화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일방적 주장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먼저 IP TV의 기본 인프라가 될 초고속인터넷망의 경우 IP TV가 가능한 가입자가 어림잡아 400만명이 채 안된다. 그간 사업자간의 과다한 속도경쟁으로 인해 내용 연수도 지나지 않는 ADSLㆍVDSL 시설을 교체해왔지만 기실은 IP TV와 같은 미래 매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준비를 해왔는가 묻고 싶다. IP TV의 성공적 사례로 언급되는 PCCW의 경우 ADSL 시설을 이용해 충분한 서비스를 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P TV를 마치 통신사업자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이미 언급된 대로 IP TV는 기술 발전의 산출물이고 다른 방송 플랫폼사업자도 기술적인 여건이 성숙되면 기존의 방식을 진화시켜 IP TV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IP TV를 마치 별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사업 개념으로 구획, 정리해 보는 시각은 구시대적 오류이다. IP TV도 아날로그TV 전송 방식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기술 방식일 뿐이고 통신사업자의 기간망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여건이 돼 있기 때문에 이 기간통신망을 디지털 방송에 활용하자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통신이나 방송에 있어서 기술 기준이나 표준의 중요성은 보편적인 대규모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나 연관산업의 발전과 수출 여건 조성 및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다시 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IP TV에 대한 표준화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2~3년이 소요되리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IP TV는 어떤 표준과 기술 기준에 근거해 준비되고 있는 것인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방식이 대한민국 방식으로 국한되고 전세계 표준과 유리될 수 있다고도 한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IP TV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전기가 된다고 보며 IP TV사업권을 부여하기 위한 절차적 과정으로 지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대규모 영상신호 전달에 따른 기간통신망의 이상 유무 및 성능 확보, 사용자의 체감 품질, 향후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도 쓸 수 있는 보편적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선택했는지 여부 등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시범사업에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배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IP TV사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늦은 것이 아니다. 아직 대규모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른 유료 디지털매체 대비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없는 까닭이다. 국내에서도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이 다채널 및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디지털 전환사업이 캐즘(chasm)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IP TV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스타 플레이어 하나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해 킬러 비즈 모델을 개발하고 전송망 등 핵심 인프라의 체계적인 보완을 통한 차세대 통신망으로의 질적 개선을 이뤄나가며 세계 표준화 추세 및 국내 제조 업체의 역량을 고려한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이에 따른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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