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제가 불안하다

최근의 혼란스러운 정치ㆍ경제상황을 보면 이러다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5%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정부는 당초 올해 5% 경제성장 달성이 가능한 이유로 수출 증가세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내수가 지난해보다 확실히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예상이 들어맞으려면 몇 가지 국내외적 불안요인이 악화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즉 고유가ㆍ저환율ㆍ고원자재가 같은 대외적인 요인과 지방선거와 관련한 국내 정치의 불안요인이 악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대부분의 요인들이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외 악재에 국내선 저질 폭로전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개월간의 내수 회복세를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3%로 상향 조정했지만 현 정치ㆍ경제상황으로 보아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KDI는 1ㆍ4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을 6.1%로 전제했지만 지난 2개월간의 설비투자증가율은 1.2%에 불과하다. 원유 가격과 반도체 가격에 대한 가정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 부동산시장과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듯 정부가 내놓은 초고강도 부동산대책도 건설투자를 더 침체시킬 수 있다. 그리고 연초부터 계속 적자를 보이는 경상수지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를 뿐 아니라 원ㆍ달러 환율은 우리 수출기업들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목을 조이고 있다. 한 가지 희망은 세계 경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외국자금 유입으로 우리 증시가 기록적인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경고했듯이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과 초저금리 현상으로 인한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될 경우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고 우리 주식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렇게 대외적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벌기업에 대한 압박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각종 저질 폭로와 정쟁은 우리 경제의 미약한 회복기미마저 꺼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원인이야 무엇이든 우리 경제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현대자동차에 대한 압박은 그 파장이 두 기업뿐 아니라 다른 모든 기업들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삼성에 대한 압박은 8,000억원 사재 출연과 함께 잠시 소강상태이지만 ‘김재록 게이트’ 여파로 터진 현대의 편법 경영권 승계, 비자금 및 공적자금 비리사건이 단기적으로 현대자동차와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저환율과 치열한 자동차산업 경쟁, 불안한 노사관계, 이미 추락한 국제신인도로 그로기 상태에 빠진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러한 상태가 더 지속되면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지 모른다. 이는 우리 국가경제에도 매우 불행한 사태가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조속한 수사로 파장 최소화를 현대차의 불법 행위는 반드시 밝혀지고 단죄돼야 하겠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0.3%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최소화되도록 검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시민단체와 노조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말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차분히 지켜봤으면 한다. 아울러 정치권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사건을 악용하지 말아야 하고 검찰도 스스로 이러한 의혹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발 치졸한 상대방 흠집내기로 온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지방주민을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공정한 경쟁에 전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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